환자도 소비자이고 싶다

2010-03-16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서울 풍납동에 사는 박 모씨는 최근 남편과 사별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해왔지만 폐암을 너무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쳐 결국 1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쳤다, 박 씨는 "매년 매년 찍은  가슴사진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어 물어봐도 의사가 괜찮다해서 방심했다가 이런일이 생겼다”며 황망해 했다. 박 씨는 원망스러운 마음에 병원 측에 항의했지만 "암이 폐의 뒷쪽에서 발병했기 때문에 X레이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아 어쩔수없다“는 사무적인 답변만 들어야 했다. 

최근 서울 신촌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은 황 모 씨는 '눈꺼풀이 얇아 매몰법으로 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했으나 3개월만에 수술이 다 풀려 원상회복됐다.  병원을 찾아가 항의하자 "절개법으로 재수술을 해야 한다"며 "재수술인 점을 감안해 수술비 10%를 빼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성형수술비 10%할인은 가서 말만 잘하면 누구한테나 해주는 수준이라는게 황 씨의 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의료사고나 의료 분쟁과 관련한 소비자 고발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창간 이후 총 160여건의 소비자 고발이 접수됐다. 대부분 의료사고로인한 분쟁이거나 과다 진료비,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등에대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의료 소비자 불만을 짚어보며 새삼 환자는 소비자인가? 상품인가? 하는 원초적인 화두를 떠올린다.

 

환자는 분명 의료 소비자인데 대접은 상품과 별반 다름없다.

 

폐암으로 남편을 떠나 보낸 박 모씨의 경우 불량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다. 불량정도도 심각하고 치명적이다. 그러나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소비자 기본법상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불량 상품은 구입후 14일이내에는 교환 환불 받을 수있다. 고장이 나면 1년간 무상 서비스를 받는다. 그러나 불량 의료서비스는 보상은 커녕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쌍꺼풀 수술이 풀린 황 모씨도 3개월만에 작동이 멈춰버린 하자 상품을 구입한 것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1년 동안 무상 AS가 가능하고 하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있다. 그러나 황 씨는 명백한 상품의 하자임에도 유상수리만 안내받았다.

 

환자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힘겨운 투쟁을 거쳐야 한다. 그것도 돈과 시간을 하마처럼 잡아먹는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시간도 돈도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소비자로서는 그냥 참고 포기하는 것이 그나마 '남는 장사'다.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분쟁해결기준처럼 의료 분쟁에도 이같이 소비자로서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준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계량화가 쉽지 않은 문제는 있지만 일종의 권고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수있어 극단적인 분쟁이나 심각한 권리침해는 적어도 막을 수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어쨋든 환자들은 말한다. "우리도 소비자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