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뜸 뜰이다 밥 탄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우리금융 민영화다. 정부가 무려 10년이나 시간을 끌면서 방향성을 잃고 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당국에서 ‘올 상반기 로드맵 확정’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진행되는 모양새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분산매각, 합병 등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소리만 들릴 뿐 알맹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시장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우리-하나’, ‘우리-KB’ 등 금융사간 인수합병(M&A)설 또는 대등합병설 등 온갖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하다 못해 느긋하다. 물론, 주가가치를 잔뜩 올려 비싼 가격으로 매각하겠다는 전략이라면 정부를 비난만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그렇게 허비한 시간이 무려 10년이나 된다는 점이다. 민영화 작업이 너무 지지부진한 탓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 정도다. 말로는 민영화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그 옛날 관치금융의 추억에 젖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01년 4월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 평화․광주․경남은행, 하나로 종합금융 등 5개사를 합쳐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6개사가 추가돼 무려 11개사의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공룡이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총자산 약 318조원, 자기자본 13조7천억원으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기도 하다.
이 정도 규모의 금융그룹을 손에 틀어 쥐고 있는 정부가 금융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은 지난 10년 동안 3차례 추진돼 소수 지분 20%를 시장에 매각했을 뿐 지배지분(회사의 경영권 행사에 충분한 주식, 50%+1주)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금융권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게다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합병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금융의 매각가가 7조원대로 이를 인수할 만한 대상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대등합병 등 금융사간 합병방식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정부 지분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관치’ 요소는 남아있다.
결국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속하고, 실효성 있게 이뤄지려면 정부가 관치금융의 구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금융권의 혼란과 ‘관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분산 매각이든 합병이든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 다 된 밥에 뜸을 들이다가 홀라당 태워먹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지금이 바로 지난 10년간 방치했던 우리금융 ‘기형화’를 바로 잡고 숱한 관치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금융당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