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농산물 가격 급등..생활물가 '들썩'

2010-03-11     뉴스관리자
국제유가가 또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폭설과 흐린 날씨 탓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활물가가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이상기후에 따른 것인 만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겠지만 경기 회복세와 맞물린 유가의 경우 오름세를 점치는 전망이 많아 물가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원자재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폭설에 흐린 날씨..상추 1주일새 125%↑

우선 농산물 값이 크게 뛰었다. 1월 전국적인 폭설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던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번 농산물 가격 급등은 폭설로 인한 직접적인 생산 감소나 수확 차질, 물류 마비보다는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물의 생육이 부진한 탓이라고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설명했다.

11일 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새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 곧장 출하하는 시설 과채류의 도매가격이 급등했다. 이들 품목은 바로 출하하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날씨 같은 외부요인의 충격에 특히 민감하다.

상추(치마.상품)는 3일 4㎏당 9천600원이던 것이 10일 2만1천600원으로 125%나 폭등했다.

오이(취청.상품)는 20㎏당 7만8천원에서 11만1천667원으로 43.2% 올랐고 호박(조선애호박.상품)은 8㎏당 2만6천200원에서 4만3천200원으로 64.9% 뛰었다.

또 풋고추(상품)는 10㎏당 8만400원에서 13만1천800원으로 63.9%, 가지(상품)는 10㎏당 3만2천600원에서 4만5천600원으로 39.9%, 방울토마토(상품)는 5㎏당 1만6천400원에서 1만9천원으로 15.9% 각각 올랐다.

aT 관계자는 "최근 1주일간 눈.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는 등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서 일조량이 부족했다"며 "시설 과채류의 생육이 부진해져 상품 출하가 줄면서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 과채류가 아닌 품목 중에도 가격이 오른 품목이 있다. 배추는 저온창고에 보관했던 물량이 나오는 시기이지만 상품의 경우 1㎏당 가격이 1주일 새 930원에서 1천30원으로 10.8% 올랐다.

무(상품)도 1㎏당 450원에서 490원으로 소폭(8.9%) 인상됐고, 양파(상품)는 1㎏당 780원에서 850원으로 9.0% 올랐다.

aT 관계자는 "배추의 경우 미리 비축한 물량이 있어 수급에는 지장이 없다"며 "다만 눈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의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격 급등이 장기화하면 수급 안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유가..LPG값도 부담되네

국제유가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반구 한파로 난방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초부터 강세를 띠던 국제유가는 2월에는 떨어졌지만 경기 회복 전망을 타고 3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현물가는 지난 1월11일 배럴당 81.35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고 2월8일 69.46달러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9일 77.65달러까지 올라 다시 80달러선을 넘보고 있다. 한 달 전보다 7.59달러, 1년 전보다 33.94달러 비싸졌다.

이에 따라 3월 원유 수입 단가도 전년 동월 대비 68.2% 오른 73.5달러였던 2월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3월 첫째주에 ℓ당 1천670.30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1천524.84원)보다 9.5% 올랐다.

유가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자동차용 부탄의 충전소 판매가격은 지난주에 ℓ당 979.42원으로 전 주보다 27.45원, 1년 전보다 85.71원(9.6%)이 올랐다. 작년에 가장 낮게 내려갔던 7월 첫째주(753.75원)보다는 22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민들이 많이 쓰는 일반용 프로판의 충전소 가격도 3월 첫째 주에 ㎏당 1천301.93원으로 전 주보다 63.47원 올랐다. 작년 같은 시기(1,184.70원)보다 117.23원(9.9%) 상승했고 지난해 최저점이었던 6~7월의 893.56원보다는 400원 이상 올랐다.

국제시장에서 주요 원자재의 가격변동을 보여주는 지수도 올해 들어 2월초까지 떨어지다가 최근 한달 간은 다시 상승세다.

원유 등 19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는 1월6일 293에서 2월5일에 258까지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 9일엔 274선을 보여 한달 동안 6% 가량 올랐다.
  
◇물가 상승 압력 상존..경기회복 대세엔 지장없을 듯

날씨에 따른 생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해도 지난 1월에 폭설과 한파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3%대로 급등했었다. 2월에는 2.7%를 기록해 2%대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3월로는 드문 폭설 등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국제 원자재가의 상승은 앞으로 물가에 계속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낮게 유지되고 있는 금리의 영향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는 세계 경기회복과 함께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올해 유가를 평균 84달러 정도로 예상하는데 추가로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며 "유가가 오르면 물가나 경상수지 양쪽에 긍정적 요인보다는 부담요인이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유) 수요가 늘 것이고 달러화 약세가 되면 원자재나 유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가가 좀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의 날씨로 인한 일시적 물가 상승이나 경제활동의 악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회복의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폭설 등 기상 악화로 인해 일시적인 물가 급등, 경제지표 악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1년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의 회복 흐름을 돌릴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실장은 "예를 들어 1분기에 기상 악화 등으로 생산량이 지체됐을 경우 2, 3분기에 그만큼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총량에서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며 "현재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날씨 문제라기 보다는 해외 수요 불안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