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가 고객 기피..돈만 빼 간다"
상담원 없고 응답기만 요란..소액결제 피해 예방요령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폭주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무료 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되는 서비스의 경우 해지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요금 폭탄을 피할 수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사이트의 경우 고객센터 전화가 늘 통화중이거나 제때 연결되지 않아 해지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지 접수를 받거나 이메일을 통해 1:1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을 며칠씩 잡아먹는 문제를 안고 있다.
◆ 고객센터 전화는 상담원 대신 자동응답기가..
성남시 태평4동의 김찬기(남.23세) 씨는 지난 2월 ‘파일 스페이스’에서 두 달분 요금으로 9천900원을 마음대로 결제해가 골머리를 앓았다. 김 씨는 과금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파일 스페이스에서 9천900원을 결제했다’는 문제 메시지를 받은 후에 알게 됐다.
김 씨는 파일 스페이스 서비스를 이용한 적도 없고 가입승인을 한 적도 없었기에 황당했다. 김 씨는 “파일 스페이스 홈페이지를 찾기도 어려웠고, 탈퇴하려해도 쉽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파일 스페이스의 고객센터 전화는 신호음만 울릴 뿐 상담원과 연결이 쉽지 않았다. 자동결제 해지를 위한 ARS 전화만 기계적으로 돌아갈 뿐이다. 파일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엠제이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전화 역시 팩스로 연결돼 관계자와의 통화가 불가능했다.
김 씨가 며칠동안 수차례 전화를 반복했지만 고객센터는 통화중이었다. 밤 10시쯤에야 자동 ARS안내에 연결돼 해지 신청을 했고 3월분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지금도 어떻게 파일 스페이스에서 요금을 인출해갔는지 알 수 없다"며 "해지만 했을 뿐 이미 납부한 요금은 환불받지도 못했다”며 속상해했다.
◆ 고객센터 불통, 홈페이지도 유명무실
수원에 살고 있는 손희순(여.43세)씨는 지난해 12월 와이즈텔로부터 국제전화를 한 달 동안 무료로 이용해 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국제전화를 자주 쓰던 손 씨는 바로 와이즈텔 홈페이지를 방문해 회원가입을 하고 한달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얻었다.
한달여 동안 국제전화를 이용해 오던 손 씨는 유료전환을 앞두고 해지를 위해 지난 1월 12일 홈페이지에 기재된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2시간이 넘는 통화시도에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손 씨는 할 수 없이 홈페이지에 해지를 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두 차례에 걸쳐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9천900원의 사용료가 핸드폰을 통해 결제됐고, 3월까지 총 2만9천700원이 손 씨의 통장에서 인출됐다.
손 씨는 "해지를 하려고 해도 전화연결이 안 돼 홈페이지에 해지를 요청하는 글을 남겼지만 이마저도 허사였다. 해지요청 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요금을 결제해가는 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취재팀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와이즈텔 홈페이지에 기재된 전화번호와 메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역시 한 차례도 연결되지 않았다.
◆ “전화는 안 받아도 돈은 빼간다”
수원시 인계동의 김기현(남.40세) 씨는 지난달 28일, "[XXmaster] 2월 상품 9천900원, 2월에 결제 예정입니다. 문의:1600-XXXX"라는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다. 잠시 뒤 이번엔 KT에서 ‘소액결제 완료’를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다.
김 씨는 해외 체류 중에 있다 귀국한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본인이 직접 소액결제 신청을 한 일이 없었다. 김 씨는 동일한 내용의 문자를 연달아 4차례나 받았고 결제금액은 소액결제 한도액인 4만원까지 이르렀다.
화가 난 김 씨가 다음날인 3월 1일 아침 KT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상담원은 그제서야 ‘일단 소액결제를 중지시키겠다’고 했다.
휴일이 끝난 뒤 이미 결제된 금액을 환불 받기 위해서 김 씨가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는 통화량 증가로 연결조차 힘들었다. 겨우 KT고객센터 상담원과 연결이 됐지만 ‘본사와는 관계가 없으니 XX마스터에 전화해서 문의하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김 씨는 바로 XX마스터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음만 들릴 뿐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KT는 결제대행 업무만 할 뿐 자세한 결제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악성 코드 치료 프로그램은 고객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말에는 고객상담센터에서도 민원 처리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개선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XX마스터 관계자는 "해당 고객에게 3만9천600원을 환불조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금 결제가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사례의 경우 요금 결제는 2월에 됐지만 그에 앞서 사용자가 XX마스터 프로그램의 소액결제 승인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후 월정액 서비스로 요금이 부과된 것"이라며 "연장 결제 내용은 결제창과 이용약관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액결제를 막기 위한 소비자 행동 요령
우선 불필요한 소액결제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이용중인 통신사에 소액결제 차단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매달 날아오는 집 전화 요금,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본인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다.
소액결제 피해 액수가 작다고 그냥 넘어가기 보단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센터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여러 중재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부모의 동의 여부에 따라 요금을 환불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