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40만원 빌리고 빚 천만원 날벼락"

휴대전화 대출사기 기승..피해구제 방법 없어 발동동

2010-03-17     임민희 기자



경찰이 무등록 기업형 대부업자들에게 압수한 대포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상대로 휴대폰 대출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생계에 필요한 돈을 급히 구하려다 수천만 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지만, 사기행각을 벌인 업자들에 대한 신원조회가 어렵고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도 없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가장 흔한 범행수법은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담보로 맡기면 돈을 빌려 주겠다고 유인해 개인 신상정보를 넘겨받은 것이다. 이후 피해자 몰래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개통해 수백만원의 게임머니를 사들이거나 대포폰으로 되판다.

주로 온라인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표적이 되고 있는데 인터넷과 전화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바람에 피해를 당한 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업자들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유사한 피해사례가 잇달아 제기됐다. 최근에도 한 여성이 학자금으로 200여만원을 빌리려다 졸지에 1천100만원이란 돈을 갚아야할 위기에 처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에 사는 전명화(여.27세) 씨는 지난해 6월 100~200만원 가량의 학자금이 필요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돈XX'라는 온라인 대출 중개사이트를 보고 대출신청서를 올렸다. 얼마 후 ‘명진크레딧’이라는 한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고 휴대폰을 담보로 맡기면 대출해 주겠다며 '동의서'를 팩스로 보내왔다.

전 씨는 대출업체 이름이 인터넷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데다, 너무 쉽게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처음에는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급전을 쉽게 융통할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업체가 요구한 동의서에 서명을 해서 보냈다. 신용정보 조회에 필요하다는 주민등록증과 등본 사본도 함께 보냈다.

얼마 후 업체 측은 전 씨의 동의없이 보험가입 내역까지 알아본 후 ‘농협에 가입된 보험은 약관대출이 어렵겠다, 휴대폰 한대를 구입, 개통해 담보로 맡기면 우선 40만원을 통장에 입금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주겠다. 개통된 휴대폰은 한 달 후 해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업체 측의 요구대로 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이후 통장에 4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업체 측에 개통된 휴대폰 번호를 물었으나 끝내 알려주지 않았고 나중에는 업체 측과도 연락이 끊겼다.

내심 걱정은 됐지만 그 후 결혼을 하고 임신과 학업으로 바쁜 나날이 이어지면서 그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전씨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로부터 1천100만원에 달하는 독촉장을 받고 억장이 무너졌다. 통신사 측에 확인한 결과 대출업체 측은 전 씨의 명의로 9대의 휴대폰을 개통한 뒤 게임머니를 사거나 대포폰으로 되팔았던 것이다.

대출업자는 전 씨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주소지를 서울 모처로 적었고 청구서가 계속 반송이 되자 통신사 측에서 전 씨의 주민등록 주소지로 독촉장을 보내면서 뒤늦게 전말이 드러났다. 통신사들은 대출업자에게 아무 의심 없이 개인정보를 넘긴 것은 전 씨의 잘못이라며 대금 납입을 독촉했다.

전 씨는 경찰서에 대출업체를 사기혐의로 고발했으나 업체번호는 결번이었고 인적사항조차 조회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서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을 통해 게임머니를 샀던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었으나 이들은 '잘 모른다'며 비협조적으로 나와 수사는 답보상태에 직면했다.

전 씨는 통신사 측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명의도용' 신고를 했으나 모두 반려됐다. 가장 많은 휴대폰(4대)이 개통된 KT의 경우 처음에는 2대에 대해 명의도용이 인정됐으나 재심의에서 다시 반려돼 꼼짝없이 1천여만원의 돈을 모두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9대의 휴대폰이 개통됐지만 통신사로부터 어떤 확인전화도 받지 못했다. 통신사 측에서는 내 오빠라는 사람과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본인 확인 없이 휴대폰을 개통해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 씨는 "통신사들은 나몰라라 책임을 회피하고, 한 통신사의 경우 빨리 갚지 않으면 신용상의 불이익은 물론 방문추심을 당할 수 있다고 독촉했다"며 "경찰서에서도 대출업체를 찾을 방법이 없어서 수사를 종결시키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할 지 너무 막막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평창경찰서 수사과 담당 형사는 "대출업자 인적사항은 물론 신상파악이 전혀 안 된다. 업자들로부터 게임머니를 샀던 30여명을 확인했으나 이들 모두 '누구한테서 샀는지 모른다'고 해 더는 수사가 어러울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담당 형사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대출거래의 경우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데 적어도 대출업자들을 직접 만나 얼굴을 확인하고 믿을 만한 곳인지 확인한 후 대출을 받는 게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