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ㆍ치약 등 항균물질 잇단 검출 '해악' 논쟁 가열

독일 모유-제대혈 영향 '부작용' 경고… 한국 규제 움직임 조차 없어

2007-06-11     백상진 기자
치약, 향수, 운동복, 양말, 매트 등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에서 항균 물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항균제란 박테리아를 박멸·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트리코산·Tricosan)이지만 되레 피부의 좋은 성분을 붕괴시키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며, 모유와 제대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항균제에 대한 경고를 계속해온 독일의 경우 이미 세제에 항균성 물질을 첨가하지 않고 있으며, 화장품에도 트리코산이 함유된 상품의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항균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독일의 상품 테스트 전문지인 ‘외코 테스트’(Okotest)는 Blend-A-Med 치약, 콜게이트 치약, 랑콤 Bocage 데오도란트, 샤넬 에고이스트 남성용 향수, 폴로 스포츠의 Water Basics 스틱데오도란트 등 유명상품을 비롯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판덱스 운동복, 요가매트, 스포츠양말과 푸스크림 등 30개 상품의 향균제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모든 상품에서 향균제가 발견되었다고 11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프라이부르그대학 부설 환경의학연구소의 아르민 슈스터 연구원은 “트리코산과 같은 향균제 성분들은 우리가 흔히 믿는 것과 달리 피부에 해로운 성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성분들을 모두 붕괴시킨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향균제는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피부와 피부내 점막에 흡수되어서 지방층에 쌓이게 되어 심지어 모유와 제대혈까지 전달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트리코산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향균성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폐수나 침전물을 통해 다른 환경사슬에 계속 전달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심지어 식수에서도 트리코산 성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외코테스트’지는 소비자에게 성분목록을 꼼꼼히 살피고, 트리코산이 함유되어 있는 상품 (특히 화장품)의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화장품은 그나마 법적 규율이 정해져 있어 독일에서 최고 0.3%농도까지만 향균제 첨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법률에 따르면 상품이 ‘특별 용도’로 분리될 경우에는 더 강한 농도의 향균제 첨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심한 땀냄새를 줄이는 약이나 여드름약과 같은 경우에는 피부내의 박테리아 성장을 멈추게 해야 하므로 0.3%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