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새 선장 김중수 "독립이냐 길들이기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6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내정됐다.
이를 두고 한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내정자를 내정한 것은 한은을 통제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11년 만에 기획재정부 차관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 참석시키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 개입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김 내정자가 중립을 지키더라도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및 각종 현안들을 소신껏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염려가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의 능력과 자격에 대해서는 반응이 나쁘지 않다.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치며 능력을 인정 받았고 국제금융 학자출신에 글로벌 분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한은 총재로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화정책의 독립성 및 한은의 위상 강화를 요구하는 시장과 이를 통제하려는 정부 사이에서 김 내정자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중수 카드는 한은 통제 수순?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이성태 한은 총재 후임으로 김 내정자를 선임하면서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륜, OECD대사로서의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 갖춘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
당초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관료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같은 친정부 인사지만 상대적으로 반감이 적은 김 내정자를 발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내정자는 특히 현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덕분에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인상 인상이나 출구전략 시점 결정 등 민감한 사안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친 정부 성향의 인사를 차기 총재로 내정한 이유가 통화정책을 정부 요구대로 이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데는 정부의 최근 행보가 한몫을 했다.
정부는 지난 1월 한은 금통위 회의에 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을 참석시켰고 앞으로 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석해 한은의 통화정책에 개입할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정부 관료가 한은 금통위 회의에 등장한 것은 1999년 6월 이후로 11년 만으로 기준금리인하 등 한은의 독자적 권한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금통위 회의 열석발원권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지만 한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97년 12월 전면 개정된 한국은행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 반발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김 내정자의 낙점도 결국 정부의 한은 길들이기 수순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내정자가 통화정책 경험이 없고 시장과의 소통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 하고 있다.
시장과 소통, 독립성 강화가 관건
시장의 우려를 의식했는지 김 내정자는 중앙은행의 권위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역시 금통위원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국가 간 공조를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경제운영에서 하는 역할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는 금리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이야기로 결국 새 총재가 임명되더라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드인사' 논란을 제외하면 김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을 잘 이해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다는 점이 다른 한편으로는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김 내정자가 한은의 독립성을 살리면서 정부를 설득해 최적의 통화정책을 이끌어 낼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또 국제금융 전공의 학자 출신이란 점에서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를 이끄는데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평소 시장과 원칙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내정자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중재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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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내정자는 3월 23일 국무회의를 거쳐 별도의 청문회 없이 한은 총재에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 김중수 내정자는 누구?
김 내정자는 문민정부 때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 정책에 입안에 참여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를 맡았다.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 경제부총리 특별보좌관과 조세연구원장직을 맡았고 참여정부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장으로 발탁돼 3년간 국책연구소를 이끌었다. 또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한림대 총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수석, OECD 대사 등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