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설계사 주의보.."보험 계약 2번이나 실효"

2010-03-22     차정원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회사를 금방 그만두거나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일명 ‘메뚜기’ 보험 설계사들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면서 업무 이관을 제대로 하지 않아 멀쩡한 보험을 실효시키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대구 만촌1동의 손혜정(여.35세)씨는 지난 2002년 중순께 지인의 권유로 소개받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AIA(당시 AIG) 프라임 평생설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금은 보험 설계사를 통해 카드로 납부했다. 주기적으로 설계사와 만나면 상담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설계사를 만나 대금을 결제하면 통장 잔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더웠던 것.

보험 가입 후 5년이 흐른 2007년 6월 납입금이 연체돼 보험이 실효됐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가 왔다. 놀란 손 씨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3개월마다 대금을 치르기 위해 만났던 설계사가 소식이 끊긴지 오래였다.

고객센터에 문의한 손 씨는 담당 설계사가 퇴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업무가 제대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담원은 손 씨에게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손 씨는 밀린 보험료와 연체료를 한꺼번에 납부하고 보험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손 씨는 동일한 이유로 또 다시 보험을 실효당하고 말았다. 2008년 3월부터 10월까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 손 씨는 과거의 경험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담당 설계사를 미리 만나 보험료 납부용 카드 전표를 미리 끊어주고 관리를 부탁했다. 그런데 설계사가 그 사이에 퇴사를 하면서 업무 인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귀국 후 손 씨가 항의하자 상담원은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밀린 보험료를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설계사의 잘못으로 보험이 해약되는 피해를 입은 것도 억울한데 연체료까지 물기는 너무 억울했다.

이에 대해 AIA생명 관계자는 “손 씨가 보험료를 납부한 카드결제 방식은 원칙상 고객이 직접 방문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보험 설계사가 손 씨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출장 결제를 한 것인데, 퇴사하면서 이 부분을 후임자에게 전달하지 않아 벌어진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어 “손 씨에게는 연체료를 제한 원금만 납부하면 동일한 조건에 보험을 부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달부터 신용카드로 자동이체가 가능해 졌으니 납부 방식을 바꾸는 것을 권해드린다”고 해명했다.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보험설계사 정착률은 2007 회계연도 41.5%에서 2008 회계연도 37.5%로 4.0% 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 보험설계사 중 60%이상이 1년 이내 직장을 그만두는 셈이다.

AIA생명의 설계사 정착율은 2008 회계연도 11.6%로 업계 최하위인 하나HSBC생명(8.3%) 다음으로 저조했다. 생보사 1위는 73%의 푸르덴셜생명이, 2위는 54.5%의 교보생명, 3위는 52.1%를 기록한 ING생명이 차지했다. 손보사의 경우 삼성화재가 60.3%로 1위이며 2위는 동부화재 49.6%, 3위는 48.2%를 기록한 현대해상이 차지했다.


손 씨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설계사의 퇴직률까지 따져가며 보험사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