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좀 벗겨줘"..KT.LGT초당과금'미적~미적'

2010-03-29     박한나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우리네 상거래 문화에는 오래 전부터 '덤'이란 게 있다. 가령 사과 10개를 사면 하나는 덤으로 넣어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에서만큼은 정반대의 법칙이 존재한다. 11초를 통화하면 20초 요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9초의 요금을 덤으로 받아가는 게 이동통신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상술이었다.


그 법칙이 깨지고 있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의 절반인 2천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이달부터 11초에 11초 요금만 받는 ‘초당 과금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당 과금제’란 기존 10초당 18원으로 계산한 음성통화요금을 1초당 1.8원으로 바꿔 정확히 소비자가 쓴 만큼만 요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초당 과금제  덕분에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월 평균 800원 가량의 요금을 절약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사에 돌아가는 낙전수입을 차단하고 소비자의 통신요금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초당 과금제는 선진국형 과금 체계라 할 수 있다. 초당 과금제는 프랑스, 아일랜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해외에서 먼저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초당 과금제를 도입한 나라가 됐다.

초당 과금제는 통신 요금을 줄여줄 뿐 아니라, 소비자와 통신사 간에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인천 남동구 구월2동의 김경호(남.40세) 씨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핸드폰 통화내역과 KT홈페이지에서 확인한 통화목록을 비교해 보곤 10초 통화에 20초 요금이 청구되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KT는 실제 통화시간이 11초 이기 때문에 20초 요금을 부과했다고 해명했다. 10초 단위로 요금을 매기는 KT의 과금정책 때문에 빚어진 신경전이었다.


SK텔레콤 소비자가 이동전화를 11초 사용했을 경우 이전의 10초 단위의 과금체계 하에서는 20초를 사용한 것으로 계산돼 36원을 내야 했다면, 이달부터는 사용한 요금 그대로 19.8원만 내면 된다.


SK텔레콤은 초당 과금제가 영업용으로 핸드폰을 사용하는 생계형 소비자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짧게 자주 통화하는 택배기사,화물차 운전기사와 같은 생계형 직업을 가진 서민들의 경우 할인 혜택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10초 미만의 통화가 잦은 서민들의 경우, 하루 100통화를 한다고 가정하면 초당 과금제를 적용했을 때 월 2만7천원을 아낄 수 있다. 다만 해외 로밍 통화의 경우 해외사업자 및 국제전화사업자의 과금체계에 맞춰 적용된다는 이유로 초당 과금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SK텔레콤 전체 소비자들의 요금절감 효과를 따져보면 월평균 168억원으로 추정돼며 연간기준으로 2010년에는 1천680억원, 2011년에는 2천01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초당 과금제를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기업 매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SK텔레콤은 다른 사업 부분에서 생산성을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KT, 통합LGT는 왜 안하지?

SK텔레콤이 1초 단위 요금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동안 이동통신사의 낙전 수입을 비판하던 시민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고, 3월 SK텔레콤 신규 가입자의 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당 과금제 실시 이후부터 3월 16일 사이에 SK텔레콤 가입자는 1만1천800여명 증가했다.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초당 과금제를 도입해 신규 가입자를 유인한다면 후발주자인 KT와 통합LG텔레콤 역시 요금 할인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초당 과금제’를 도입한 것은 작년부터 거론된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따른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른 두 통신사에 대해서도 초당 과금제 도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까닭에 도입 시기가 요원하기만 하다.

KT의 경우 여전히 초당 과금제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통합LG텔레콤은 초당 과금제 도입 의사는 있으나 그 시기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KT의 경우 매년 낙전수입으로 1천200억원을 가져가며 통합LG텔레콤 역시 800억원 정도를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이 1초 단위 요금제를 도입한 다음날 KT는 ‘완소친’ 할인 서비스와 ‘유무선 망내 무제한 요금제’를, 통합LG텔레콤은 ‘OZ 스마트 요금제’ 할인을 출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금제 할인은 면피성 정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KT와 통합LG텔레콤은 초당 요금제 도입 대신 데이터 요금 할인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겠다는 생각이지만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괄 시행하는 SK켈레콤의 초당 과금제에 비하면 이들이 내놓은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입자들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가 쓴만큼 내는 초당 과금제와 달리 10초 단위의 도수 과금 체계를 고수하고 있는 KT와 통합LG텔레콤은 소비자들로부터 부당 이득을 취하는 기업으로 비춰지고 있다. 서울YMCA와 녹색소비자연대는 요금 합리화를 이유로 이 두 통신사의 초당 과금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