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복귀.."지금은 위기,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2008년 4월 이후 23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전 회장이 오늘 자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 배경과 관련해 "지난 2월 18일 삼성 사장단 협의회에서 당시 ‘도요타 사태’처럼 글로벌 톱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이 제기된 것이 발단이 됐다"고.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를 논의한 끝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이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사장단 협의회는 이 같은 결론을 내린 뒤 복귀 요청 건의문을 작성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통해 이건희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이에 대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이 어찌 될 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이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고 이 부사장은 전했다.
이인용 부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에 회장실을 설치하고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업무지원실, 브랜드관리실, 윤리경영실로 확대개편하는 방안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건희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주총회 소집이 필요하지 않으며, 취임식에 대해서도 달리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오늘 복귀에 대해서는 사장단도 모르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에 따라 삼성은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을 헤쳐나가는 데 전사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를 반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서의 위상과 핵심역량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이 한국경제가 앞으로 10년동안 먹고 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 줄것으로 기대한다며, 후배 기업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구심점, 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건희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 사건의 여파로 지난 2008년 4월 22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삼성 특검이 기소한 사건들에 대한 재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와 관련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힘입어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단독 사면을 받아 경영 복귀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2월 5일 호암 탄생 100주년 행사 직후 경영복귀를 묻는 질문에 "아직 빠르다"면서도 "삼성이 약해지면 도울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경영일선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렸다.(사진-연합뉴스)
<이건희 회장 퇴진부터 복귀까지 일지>
▲2007년10월 김용철 변호사, 삼성그룹 차명계좌 '50억 비자금' 폭로.
▲2008년4월 삼성특검 수사 결과 발표, 이건희 회장 등 10명 기소·이건희 회장 퇴진
▲2008년7월 이건희 전 회장, 집행유예 5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혐의 등 무죄 선고.
▲2008년10월 항소심 선고
-이건희 전 회장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 무죄.
▲2009년5월 대법원
-에버랜드 CB사건 상고 기각
-삼성SDS BW 사건 원심 파기 환송
▲2009년8월 서울고등법원
-삼성SDS사건 유죄판결. 이건희 전 회장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 선고
▲2009년12월
-정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해 이건희 전 회장 특별사면
▲2010년1월
-이건희 전 회장 미국 CES 참석 "경영복귀 생각중"
▲2010년2월
-이건희 전 회장 "삼성, 약해지면 돕겠다" 복귀시사 발언
▲2010년3월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공식 경영복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