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현장경영"..이종휘 우리은행장이 달린다

2010-03-25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3월 23일 오전,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중소기업 (주)삼융철강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신사가 나타났다. 삼융철강 김광석 사장과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 나와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 신사의 정체는 우리은행 이종휘 은행장. 중소기업에게는 유독 문턱이 높은 대형 시중은행의 행장이 직접 찾아왔으니 김광석 사장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 행장이 삼융철강에 나타난 것은 중소기업의 애로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과 기업은 신뢰가 동반된 상호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우리은행은 중소기업지원 선두은행답게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장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천 지점으로 달려가 고객들에게 직접 이천쌀을 나눠주며 인사한 것을 비롯해 죽전, 수지 등 경기 동부지역 지점들을 숨가쁘게 둘러봤다. 이 행장은 26일에도 중소기업과 영업점 방문을 위해 호남행을 계획하고 있다.


현장경영과 소통의 달인, 이종휘 행장


정도(正道)영업과 소통을 중시해온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전국 영업본부와 중소기업 등을 돌며 본격적인 현장경영에 나섰다. 민영화를 비롯해 산적한 현안을 떠안고 있는 와중에도 올해 7%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 행장이 그 해답을 현장에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줄곧 현장경영을 통해 직원과 고객들과 소통하고 금융위기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 왔다. 2008년 6월 취임한 이 행장은 취임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정공법으로 2년 만에 위기를 탈출했다.

이 행장은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 영업본부를 직접 순회하며 직원들과 금융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극복방안 설명에 나서는 등 위기 진화에 나섰다. 또 비이자이익 증대, 임직원 급여 삭감, 점포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 판매관리비 절감노력을 기울여 2009년 영업수익 5조1천748억원, 당기순이익 9천538억원을 기록, 만년 3위의 설욕을 벗고 당당히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문제의 답은 늘 현장에 있다" 영업력 강화로 '필승'

이 행장은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순이익 1조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어려운 금융 위기 속에서 은행권 가운데 높은 순이익을 창출한 점과 올해는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기이자 기회라고 판단, 금융권 재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내실성장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영업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특히 "민영화는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을 갖고 있다"며 "우리은행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 건전성, 유동성, 생산성, 자본적정성 등 모든 재무지표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 카드, 투자금융(IB) 등 내실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인도네시아와 중국 법인 지점 확대 등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월 우리은행 창립 111주년 기념식 및 2010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임직원들에게 "호랑이처럼 집중력을 발휘해 올해 재무성과를 극대화하고 움직일 땐 바람처럼, 머물 땐 숲처럼, 공격할 땐 불처럼, 지킬 땐 산처럼 풍림화산(風林火山)의 자세로 금융대전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올해 자산 7% 확대를 경영목표로 세우고 각 지역 영업 본부를 돌며 직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상인 등 서민금융 지원에 앞장
 
이 행장이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점장 출신으로 영업 현장에 누구보다도 밝다는 점과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소탈한 성품 때문이다.

그는 1991년 돈암동지점장, 1997년 여의도중앙지점장, 1998년 포스코센터지점장 등 영업현장을 두루 거친 영업맨으로 중소기업 사장, 영업점 등 고객과 직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갔다. 종종 임직원들을 데리고 서울 모처의 식당에서 부대찌개 등을 먹으며 현장과 소통하고 가까운 남산 등지를 거닐며 주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과 현장, 어울림이라는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어려운 소외계층에도 관심이 많아 서민금융지원과 청년 인턴제도 등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월에는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영세상인들과 간담회를 갖은 후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이 어려웠던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를 위해 '우리 이웃사랑대출' 상품과 연이율 30%가 넘는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대출을 13%로 전환해 주는 '우리환승론'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종로 광장시장의 상가를 직접 방문해 현금수납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출수납' 영업을 하고 시장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CEO 초청 오찬간담회, 중소제조업체 산업단지인 반월공단에 '중소기업금융센터' 설립, 올해 2월 미소금융수혜자 방문 등 사회적 공헌과 역할을 잊지 않았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리딩뱅크를 향한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이 행장의 현장경영과 고객과의 소통에 역점을 둔 정공법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사진 좌측)은 23일 경기 용인지역의 중소기업인 삼융철강(주)를
방문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