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아, 실수네"..구직자 두번 울린 저축은행

2010-04-13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취업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은행의 계약직 창구 텔러에 지원했던 일부 응시자들이 문자로 합격을 통보받았다가 돌연 취소돼  울상을 지었다. 전산오류로 합격이 번복된 응시자들은 계약직으로 사는 것도 서러운 판국에 합격까지 취소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사연을 제보한 4년 경력자의 박모(31․서울시 도봉구)씨는 최근 토마토 저축은행 창구텔러직 모집에 응시했다 합격이 번복돼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박 씨는 2006년 한국저축은행에 계약직으로 입사, 2년 근무 후 2달 쉬고 다시 2년을 근무하는 형태로 4년간 일을 했다. 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 전환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지만 실상 지켜지는 일은 드물었다. 다른 동종업계에서는 2년이 되기 전에 잘리는 일이 많았던 터에 2년마다 다시 재계약 시켜준다는 은행 측의 말을 굳게 믿고 입사했지만 4년 후 박 씨는 회사 사정을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절망감이 컸지만 다시 힘을 내 여러 은행에 이력서를 넣었고 토마토 저축은행에서 서류가 통과됐다. 면접을 본 후 간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고 지난 9일 면접에 합격했다는 문자 2개를 연달아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시간 후 은행 인사과로부터 ‘전산오류로 문자가 잘못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 씨를 포함해 18명이 같은 이유로 합격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은행 측은 실수라며 인원이 한정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꿈에 부풀었던 응시자들은 또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토마토 저축은행 관계자는 "100명을 채용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산오류로 18명에게 잘못 문자가 갔다. 합격통지 문자를 보내고 30분 후 이를 발견해 당사자들에게 직접 전화로 이를 알린 후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합격통보 방식에 대해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자동 시스템을 통해 일괄 문자로 합격을 통보한다"며 "외주 업체에서 이를 맡고 있는데 예전에도 몇 번 착오가 발생해 문자가 잘못 간 적이 있지만 인사채용에서 전산오류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인원이 한정돼 있고 18명을 합격시킬 경우 형평성 등에서 오해를 살 수 있어 구제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