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소견도 안 통하는 보험사.."당장 퇴원해!"

2010-04-21     차정원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교통사고 피해자가 입원을 거부 당해 10여 곳의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알고 보니 보험사에서 병원에 입원치료를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측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는데도 보험사에서 막무가내로 통원치료를 요구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용인시 서천동의 박 모(남.31세)씨는 이같은 사연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해왔다.

박 씨의 어머니는 지난 2009년 2월 18일 인도에서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1차 진단 결과 목과 견부에 염좌 및 골절이 발견되었고 추후 정밀진단을 통해 우측 상왕이두근이 탈구되고 우측 견관절 회전근개가 손상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어깨를 움직여주는 힘줄인 회전근개 손상으로 인해 박 씨의 어머니는 오른쪽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치료나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입원 4주만에 병원측에서 퇴실을 요구했다. 박 씨가 "거동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통원치료를 받으란 말이냐"고 항의하자 병원에서는 "보험사의 압박이 심하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 보라"고 했다.

박 씨는 병원비를 지급하고 있는 가해자측 보험사인 메리츠화재에 항의했으나 상담원은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박 씨는 10월 28일 수술날까지 어머니를 모시고 이병원 저병원을 떠돌아야 했다. 입원한 병원마다 연거푸 퇴실조치를 당한 것.

수술후 입원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도 한달만에 퇴실을 요구했다. 더이상 참지못한 박 씨가 거세게 병원측에 항의하자 담당의사는 "보험사에서 받은 것"이라며 한 통의 서류를 공개했다.

'교통사고 환자입원에대한 통원요청서'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귀 의료기관으로부터 입원연장 필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2차 회신을 받았으나 환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더 이상의 입원연장치료가 불필요하다고 사료되니 적절한 조치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박 씨는 지난해 말까지 두 달만에 세 차례나 병원을 더 옮겨야 했다.

결국 1월부터는 자비를 들여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매월 150만원 가량씩 드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달 퇴원 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1월 보험사는 박 씨 어머니의 병이 사고 이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며 박 씨가 치료비로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었다.

박 씨는 "보험사의 압박으로 인해 (어머니를)제대로 치료받게 해드리지 못했다"며 "병이 사고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은 (보험사도) 이미 알고 있고 보상금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법원에 소송까지 걸고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환자의 치료방식에 관한 결정은 의사가 내리는 것"이라며 "박 씨 어머니에게 통원치료를 요구한 것은 사고로 인해 발생한 증상에 입원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서에 따라 진행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송에 관해서는 "법원에 소송을 걸면 입원이냐 통원이냐라는 부분에 안건이 국한되지 않는다"며 "사건의 전체적인 부분을 밝히는 과정에서 해당 사안들을 짚고 넘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명을 전해 들은 박 씨는 "입원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소견서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환자도 모르는 소견서가 어떤 방식으로 작성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메리츠화재가 박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소송은 법원에서 조정불성립 결정이 내려진 뒤, 다시 소송이 진행돼 5월 6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