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배달 띠엄띠엄하고 "위약금 80만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학습지가 제 때 배달되지 않아 소비자가 해약을 신청했다가 사은품과 위약금을 포함해 수십 만원을 물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학습지 업체가 배달 사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 택배 영수증만으로는 증거능력이 부족해 소비자가 애를 먹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사전에 약관을 꼼꼼히 챙겨보고, 업체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모으는 등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조 모(41․경남 거제시)씨는 2005년부터 아이들에게 학원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방법을 가르칠 겸 K사의 학습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학습지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고 업체 측에 항의 전화를 하면 미착분을 한꺼번에 보내기가 일쑤였다.
조 씨는 지난 2009년 6월 계약이 만료된 후 재계약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업체 영업직원은 수시로 방문해 계약연장을 호소했다. 향후 학습지 배달 사고 등의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해 이를 믿고 재계약에 응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 한달간은 학습지가 빠짐없이 왔으나 이후로 한두 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9월에는 아예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습지 대금(한 아이당 6만원, 월 12만원)은 꼬박꼬박 빠져나갔다. 조 씨는 화가 나 자동이체 통장 잔액을 모두 빼버렸다.
그간 연락한번 없던 업체는 그제야 전화로 입금을 독촉했다. 조 씨는 그간 학습지 미착분에 대해 연유를 따졌지만 업체 담당자는 '빠질 때마다 고객이 전화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알 수 없다. 택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그간 빠진 학습지는 다시 보내겠으니 미납금을 입금해 달라'고 할 뿐이었다. 업체 측은 밀린 한 달 분의 학습지를 보냈지만 아이들은 이미 시험이 끝난 후라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조 씨는 참다 못해 지난 11월 해약의사를 밝혔지만 업체는 약관을 근거로 남은 기간 19개월(4주 1개월 기준)분에 대한 위약금과 계약당시 받았던 사은품(16만 5천원 상당의 책) 등 총 83만 2천700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조 씨는 올해 1월 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관련 단체 등에 민원을 제기해 80만원에 중재가 진행됐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업체 측의 과실로 인한 해약인데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K사 관계자는 "조 씨가 미착분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해약을 요구하고 관련 단체에 민원을 제기해 현재 80만원에 중재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조씨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며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돈을 입금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주 배달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배달과정에서 혹은 주소지를 착각한 집배원의 실수로 한두 권 정도 빠질 수는 있지만 한 달 이상 배달이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객이 1~2명이 아닌 상황에서 고객이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전화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이창욱 조사관은 "업체 측에서 이행을 안 한 게 아니라 제때 해주지 않았다는 건데 택배영수증 만으로는 업체의 과실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약관심사과 조홍선 과장은 "현재로선 중도해약 시 업체에서 약관에 없는 것을 요구하거나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는데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등의 문구가 있을 경우에만 문제를 삼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업자 측의 귀책사유로 인한 소비자의 해약청구로 볼 수 있으므로 민법상에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