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실종자 가족 "아마추어를 왜 데려갔나?"
박행수씨 선발 및 적응훈련 과정에 의혹 제기..도로공사 "검증했다"
히말라야 등반하는 산악인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지난 24일 히말라야 등반도중 실종된 한국 산악인 2명에 대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이 이번 등반일정과 등반팀 선발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실종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박행수(28) 씨의 누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전문산악인이 아닌데 히말라야 등반에 참여한 내막을 모르겠다며 이번 등반을 추진한 한국도로공사의 무모한 일처리를 비난했다.
원정대 선발부터 실종까지
박 씨 가족들은 박 씨가 원정대에 선발된 과정과 구조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씨의 누나 박미희(29)씨는 "동생이 산타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히말라야에 등반할 만큼 경험이 많은 산악인은 아니었다"며 "한국도로공사 측은 '확신한 검증'을 통해 선발했다고 하면서도 또 광주산악연맹이 추천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고 의혹을 나타냈다.
이번 원정대는 도로공사 직원 김주형(44․원정 대장), 강연룡(39), 김미곤(39)씨 3명과 외부대원으로 경남산악연맹의 윤치원(41․영원프라자), 광주산악연맹의 박행수 씨가 참가했다.
특히 외부대원으로 선발된 윤 씨와 박 씨는 각 산악연맹의 추천을 받아 합류했으며 한달간의 합숙과 테스트를 통해 최종 선발됐다. 히말라야 등반 10회 이상의 경험을 지닌 윤 씨의 경우 원정대와 별도로 자비로 1개월 전에 출국해 현지 적응훈련을 하기도 했다.
원정대는 지난 3월 22일 출국해 6월1일까지 72일간의 일정으로 네팔 히말라야 마나슬루(8163m)와 안나푸르나(8091m) 등반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4월 23일 정상 등정을 시도하던 중 기상악화로 실패하고 24일 하산을 시작했으나, 윤 씨와 박 씨는 24일 오전 10시 해발 8000m 지점에서 연락이 두절된 후 실종됐다. 도로공사 직원 3명은 26일 구조된 상태다.
"무리한 선발․검증과정 의문..다시는 재현되지 않길"
박행수 씨는 코오롱에서 주최하는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에 참여, 네팔 히말라야 마칼루(8463m)에 등정한 바 있고 역시 2008년 MBC창사특집에 맞춰 마칼루 등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오지탐사대의 경우 여러 팀이 구간별 등정을 했던 터라 이번과 상황이 달랐고, 2008년에는 마칼루 정상 200m를 남겨두고 심한 발가락 동상으로 하산했다. 당시 박 씨는 발가락을 모두 절단할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치료를 통해 회복됐다.
박 씨의 누나는 "2008년 당시 동생은 등반 도중 고산병으로 잠깐 실신했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구조됐다"며 "동생은 가기 싫어했는데 주위 선후배들의 기대가 너무 커 거절을 못했다며 앞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학을 땠다"고 말했다. 그런 동생이 다시 히말라야에 간다는 말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박미희 씨는 특히 동생이 이번 산행이 결정된 후에도 3월초까지 일을 계속 했기 때문에 한달 간 합숙 및 적응훈련을 했다는 도로공사 측의 말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히말라야 등반시 도로공사 직원들은 먼저 출발하고 동생과 윤 씨를 후발대로 편성한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히말라야 등반을 동생이 선택했고 기상악화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지만, 도로공사 측에서 자격을 제대로 검증했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광주산악연맹 "본인 의지 강해 추천했다"
이와 관련, 광주산악연맹 관계자는 박 씨에 대해 "대학 때부터 산을 잘 탔고 히말라야 등반 경험 등 실력있는 산악인이었다"며 "지역 후배가 가고자하는 의지가 강해 추천했고 한달간 합숙을 거쳐 도로공사 측 내부 회의를 통해 선발된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무리한 등반 의혹에 대해 "히말라야를 타려면 고산병 등 엄격한 자기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충분한 적응훈련을 거쳤다고 본다"며 "살아서 돌아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현지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맹 측은 오는 5월 3일 수습대책을 위해 네팔로 떠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 측도 "현재 비상대책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지난 26일 현지 지원반 3명을 급파하고 헬기 지원 등 실종자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일단은 실종자를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공사 측 관계자는 선발과정에 대해 "검증을 통해 선발됐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사고수습 대책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는 "26일 대사관을 통해 실종사실을 알게 됐고 실종자 가족 여권발급 등을 지원했다. 현재 도로공사 측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외교부에서 실종수색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지만 담당 영사관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씨 가족들은 실종된 아들을 찾아 4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네팔 카트만두로 출국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