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내비에 혹했다가 나도 몰래 카드대출
2010-05-18 임민희 기자
특히 신용조회를 해야 한다는 설치기사의 말만 믿고 자신의 신용정보를 쉽게 불러줬다가 이같은 일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 구리시 수택동에 사는 이 모(남․50세) 씨는 지난 7일 내비게이션 판매․설치회사인 H업체로부터 '가족 휴대폰 사용요금(10만원)을 자신들이 정한 카드로 36개월만 납부하면 내비게이션을 무상으로 설치해 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수락했고 10일 업체 설치기사가 찾아왔다.
설치기사는 '내비게이션 대금은 일단 카드사에서 통신사로 360만원을 선 입금하고 이후 통신사에서 일정금액을 돌려준다. 고객님은 휴대폰 사용요금(10만원)을 카드사로 36개월만 이체하면 된다'고 했고, 이 씨는 그 말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식사 후 돌아와 보니 내비게이션은 설치가 끝나 있었고 설치기사는 이 씨에게 신용조회가 필요하다며 신용카드를 요구하더니 자기 휴대폰으로 신용조회를 하겠다며 주민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이 씨는 의심없이 입력해 줬고 잠시 후 통장에 360만원이 입금되었으니 회사계좌로 보내달라고 해서 바로 입금을 했다.
설치기사가 돌아간 뒤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카드사에 알아봤더니 업체 측이 이 씨 명의로 이지론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 측에 즉각 계약해지을 요구했으나 담당자는 설명을 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이 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 씨는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민원을 제기한 후 다행히 업체로부터 대출금을 환불받았다.
H업체 관계자는 "이 씨에게 분명 설명을 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12일 이 씨를 만나 해명하고 대출대금은 물론 이자 11만원까지 모두 환불했다. 내비게이션은 인터넷가격 99만원에 구매하겠다고 해 그렇게 해드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단 카드대출 의혹과 관련해 "이지론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조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이 씨가 보는 앞에서 조회를 해보니 대출이 가능해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업체가 이지론 카드대출을 조건으로 내비게이션을 대여․설치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대출을 빌미로 내비게이션을 무료로 설치해 주겠다고 한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나 현행 규정상 이런 영업행태를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