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딩뱅크를 꿈꾼다"..신한은행, 세계시장 공략도 1등

2010-05-26     임민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화된 지금이 바로 해외진출의 적기이기 때문.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나 교민을 상대로한 영업방식에서 탈피해 '현지화' 등 차별적 전략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국내 인수합병(M&A)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신한은행은 타 은행들보다 세계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일찌감치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음을 표명하고 대신 일본, 베트남, 중국 등 해외영업 확대와 현지화 사업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도 최근 중동지역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첫 기업설명회(IR)를 갖는 등 중동 투자 유치에 주력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설립 및 M&A 등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신한은행 영업전략은 '글로벌+현지화'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캄보디아에 신한크메르은행 설립한 후 2008년 신한은행 중국유한공사 및 신한 카자흐스탄은행, 2009년 캐나다신한은행, 일본 SBJ은행, 신한베트남은행 등 해외 주요 시장에 현지법인 은행을 설립했다.

이런 노력으로 2010년 3월 현재 미국, 일본 등 14개국에 지점 6개, 현지법인 10개, 현지법인 자체지점 34개, 대표사무소 2개 총 48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 5개국 5개 네트워크를 더하면 신한금융그룹은 총 14개국에 53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선택과 집중'이란 명제 속에 리스크관리에 기반을 둔 선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해왔다. 특히 글로벌은행 도약을 위한 기반조성과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현지조달 및 현지고객 확보 등 현지화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중심의 기존 고객기반과 현지조달 확대를 통해 지난해 9월 일본SBJ은행을 설립했다. 2007년 설립한 씨티은행에 이어 일본 내에서는 두 번째 외국계 현지법인이다.

이는 일본계 금융회사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교포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현지인 고객 비중 확대, 일본시장에서 20년 이상의 업력을 통해 얻은 노하우 등을 통해 차별성을 부각시킨 게 적중했다. 현재 일본SBJ은행은 3조600억원에 가까운 예금실적을 기록 중이며, 예금실적의 80%가 현지 일본인 자금이다.

지난해 12월 설립한 신한베트남 은행 역시 아시아에서 금융시장 진입도가 가장 낮은 시장(전체 인구 중 약 10%만이 은행계좌 보유)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모체인 호치민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한 후 한국계 기업과 교민에 대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베트남 기업 및 개인고객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중국시장의 성장가능성에 주목, 2008년 5월 신한은행유한공사를 설립해 기존 4개 지점을 현지법인 소속 자지점으로 편입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중국 내 10번째 지점인 상하이 홍치아오지행을 개설하고 인터넷 뱅킹과 직불카드 도입, 투자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 체결로 관심이 높아진 인도시장에 대한 현지 네트워크 형성과 향후 잠재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진출도 모색 중이다.


베트남에 설립한 신한비나은행


성공적인 현지화는 현지 핵심인재 양성

신한은행은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 현지조달과 현지고객 확보는 물론 현지인 고용과 사회공헌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현지 우수 인력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신한인으로서의 소속감, 직무 능력배양을 위한 인재양성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점포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 중에서 강한 로열티와 진취적인 성향, 업무역량이 뛰어난 직원 10명을 선발해 9개월간 국내 파견근무를 실시해 현지 차세대 핵심인력으로 양성한다는 취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해외 진출은 모든 은행이 당면한 과제"라며 "리스크 관리에 기반을 둔 선별적인 네트워크 구축, 현지화를 통한 우수인력 활용 등의 영업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지주 역시 인도네시아 등 현지 법인설립 및 M&A를 추진할 뜻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신상훈 사장은 금융위기 완화에 따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직접 중동계 투자자들을 만나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진출해 있는데 현재 기업과 개인영업 비중이 높아 향후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며 "자본금 조달, 비용발생 효과 등 해외여건을 살펴 법인설립으로 할지 M&A로 할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의 M&A 등으로 국내 금융권 재편 움직임이 가열되는 가운데 '해외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각 은행권의 글로벌 리딩뱅크 대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사실상 최고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1위 탈환에 성공한 신한은행이 해외사업 부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