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나무 베면 보험해지"..'알릴의무'어디까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알릴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소비자가 분통을 터뜨렸다.
고의성이 없고 잘 몰라서 고지를 하지 않은 사안이라도 '알릴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보험 가입시 혹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부천시 상동에 사는 김 모(여.42세)씨는 지난 1월 25일 전화상담 방식으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차티스명품부모님 보험을 가입시켜 드렸다.
보험에 가입하고 5일만인 당월 30일 김 씨의 아버지가 벌목일을 하다 쓰러지는 나무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당일 사망하고 말았다.
김 씨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별세에 경황이 없어 사고후 10여일이 지난 2월 10일경에야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생각났고, 약관에 적힌 상해사망금 1천만원을 보험사 보상과에 신청했다.
신청일로부터 약 한달이 지난 3월 초 보험사 담당자가 사고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들고 김 씨를 찾아왔다.
담당자는 "(김 씨의)아버지 직업이 농업으로 되어 있는데 벌목 작업을 하다 돌아가셨다"면서 "작년에도 같은 일을 하다 병원에 입원 한 기록도 있어 벌목을 어느정도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 가입시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알릴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온 김 씨의 아버지는 농한기에는 일이 생기는 대로 이일 저일을 해 왔다. 벌목일을 시작한지는 20여년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지인의 소개로 일이 생길때만 일당직으로 일해 일한 일수는 넉넉잡아 일년에 20일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뿐만아니라 가입당시 상담원이 지난해 김 씨의 아버지가 입원치료를 받은 원인을 물었을때 "나무를 베다 다쳤다"고 밝혔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벌목일을 한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고 볼 수도 없었다.
김 씨는 이러한 부분을 밝히며 항의했지만 담당자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결국 해당 보험은 4월 30일 일방적으로 해지되고 말았다.
김 씨는 "일년에 몇일 씩 일하는 것을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며 "벌목일이 그렇게 위험한 것이었다면 왜 가입당시에 이 부분에 대해 더 명확하게 따지지 않았는가"라고 항의했다. 이어 "보험 가입시 소비자가 무엇을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가입시켜놓고 보험금을 신청하면 온갖 트집을 잡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차티스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20여 년 동안 해온 일이라면 직업으로 봐야한다"면서 "고지의무 위반은 고의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규정대로 적용 시킬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입시 상담원이 좀 더 명확하게 따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미 직업이 농업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나무를 베다 다쳤다'는 말로 20년 이상 벌목일을 한 사람이라고 추론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씨 아버지가 벌목일을 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것이 알릴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지는 일의 기간과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기준은 명문화 된 것이 없어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중재안을 받아보는 것을 권하며 그에 불복할 경우에는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가 함꼐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