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소신있는 금리정책을 기대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기준금리 연2% 유지”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남유럽 재정위기 등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15개월 연속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가 금리인상 시기상조 입장을 거듭 밝혔던 터라 예상된 결과였지만 왠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과 자산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각계 경제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을 주도해야할 한국은행이 정부 눈치만 보느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인상 시기가 늦어지면서 금융권 내에서도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비판의 중심에는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한은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김중수 총재가 있다.
김 총재는 지난 4월 ‘코드인사’ 논란 속에서도 한은 총재직을 맡아 “중앙은행의 권위와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자신했다. 또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 한달여간 김 총재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책 수장으로서 일관성있는 통화방향과 소신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애매모호한 말로 혼선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간자생력 회복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유보한다고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김 총재는 지난 12일에도 기준금리 발표 후 민간부문 고용회복과 경제성장률 향상, 하반기 인풀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등을 근거로 기준 금리 인상시기가 머지않았음을 내비쳤다.
출구전략 시기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총재가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한 단계 진일보된 발언을 했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3일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완화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발언으로 미루어 사실상 금리인상 시기가 8월 이후가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인상은 너무 빨리할 경우 더블딥(이중침체)을 불러 올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게 하면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때문에 그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말뿐인 '소신'과 '소통'이 아니라 실천이 가미된 진정한 ‘김중수식’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