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간첩 적발, 13년 암약..'채팅으로 유혹'

2010-05-23     온라인 뉴스팀

북한 여간첩이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13년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공기업 간부, 여행사 직원 등을 포섭해 기밀 정보 등을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서울지하철 정보와 경찰 명단 등을 입수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 김 모(36.여)씨와 전직 서울메트로 간부 오 모(52)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씨는 대학생 이 모(29)씨에게서 국내 주요대학 현황을, 오 씨에게선 서울지하철에 관한 국가기밀 문건을, 여행사 일을 하는 장 모(45)씨와 조 모(44)씨로부터 경찰 등 공무원이 다수 포함된 관광객 명단을 넘겨받아 보위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2006년 2월 두만강을 넘어 조선족 등으로 위장해 중국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의 한 호텔 경리로 취직하고 현지에서 화장품 가게와 여행사를 운영해 왔다.

특히 오씨는 2006년 5월 김 씨의 권유로 장자제 관광을 하고 여행사업을 준비하면서 김 씨와 연인 사이로 발전해 여관 신축 등 명목으로 3억원을 김 씨에게 전달하고 수시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사실상 동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007년 6월 김씨가 북한 보위부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오 씨는 김 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 컴퓨터에 저장된 종합사령실 비상연락망,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처요령, 상황보고, 승무원 근무표 등 300여쪽에 달하는 기밀 문건을 빼돌려 김 씨에게 직접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작년 3월 보위부로부터 "한국에 가 오 씨, 이 씨 등과 다시 연계해 활동하라"는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한 뒤 같은 해 9월 국내로 잠입했다가 합동신문 과정에서 공안당국에 정체가 발각됐다.

국정원과 검찰은 간첩 활동의 확실한 증거를 포착하고 국내 간첩망과 접선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김 씨를 풀어줬다가 제3국으로 출국하려 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했다.

공안당국은 김 씨가 북한에서 장사를 하다 1997년 조선노동당 당원증을 분실한 뒤 분실 책임을 모면하려고 보위부 공작원이 돼 13년간 여러 차례 중국을 오가며 간첩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