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코너는 자정부터 감옥?"..유리깨고 나왔다고 고발

2010-05-25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은행 365코너를 이용하던 한 소비자가 영업시간 종료로 안에 갇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분간 꼼짝없이 안에 갇혀 있다 남편의 도움으로 유리를 깨고 나온 이 소비자는 농협 측이 사과는커녕 수사를 의뢰해 경찰서만 들락거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사는 김 모(여) 씨는 지난 19일 자정 무렵인 오후 11시56분경 집 근처에 있는 회덕농협 매봉지점으로 남편의 통장계좌에 돈을 입금하러 갔다. CD기기에 돈을 넣고 입금 버튼을 눌렀으나 '처리중입니다'는 소리만 나올 뿐 처리가 지연됐다.

입금이 완료된 뒤에 나가도 될 거라 생각하고 계속 기다렸으나 곧 '영업이 종료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갑자기 CD기기가 꺼졌고 곧 이어 불이 나가고 문이 잠겼다.

김 씨는 남편에게 연락한 후 어렵사리 은행 안에 있는 비상벨을 찾아 보안업체에 신고했다. 몇 분 후 남편이 도착했고 김 씨는 두려운 마음에 울며 빨리 구해달라고 했다. 남편이 황급히 벽돌로 유리를 깼을 때 보안업체 직원이 당도했다.

김 씨는 이 건으로 경찰서로부터 2번에 걸쳐 조사를 받았지만 농협 측과 정식으로 만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단지 해당 농협지점장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확인 차 경찰서에 왔다가 우연찮게 김 씨 측과 마주쳤지만 어떠한 사과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씨 남편은 "나도 아내도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급한 나머지 유리를 깼지만 농협이나 보안업체 직원은 유리파손에 대한 얘기만 할 뿐 거래 도중 갇힌 일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며 "사고 다음 날 오전 농협에 찾아가 입금 도중 CD기기 꺼져 돈을 못 받은 사실을 알리자 그때서야 입금처리를 해주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 측은 "유리를 깬 것은 잘못이고 변상할 뜻도 있다. 단지 우리는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을 뿐인데 농협 측은 오히려 유리파손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뻔뻔하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덕농협 매봉지점 관계자는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지만 365코너의 영업종료 시간인 밤12시가 되면 안내방송이 나간 후 CD기기가 꺼지고 2~3분 후 문이 잠기는데 공교롭게도 김 씨가 갇히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씨에게 사과하고 대화로 풀려고 했는데 김 씨 측이 카페를 비롯한 여러 곳에 민원성 글을 올려 마치 우리가 모두 잘못한 것처럼 매도해 경찰에 이 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돈 입금이 지연된 부분에 대해서도 "출근 후 와보니 유리가 깨져 있는 등 상황이 어수선해 미처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 측은 "농협 측에서 단한번이라도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우리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은행에서는 365코너 영업마감시 5분 전에 3번의 안내방송을 내보낸 후 밤12시가 되면 모든 ATM기기가 꺼지고 2분 후 조명이 나가고 문이 잠긴다.

만약, 안에 갇혔을 경우 365코너 안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거나 112로 신고하면 된다. 문은 안에서 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잠금장치를 풀고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