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분홍병사’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경계
아이들에게는 판타지를 어른들에게는 순수한 동심으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뮤지컬 ‘분홍병사’가 대학로 학전블루에서 공연된다. 극단 학전은 이미 연극 ‘지하철 1호선’, ‘의형제’, ‘모스키토’ 등을 통해 독일과 영국 작품을 한국적 뮤지컬로 재탄생시키는 데 일가견을 보여 왔다. 이번 작품 역시 프랑스 태생 뮤지컬로 우리만의 정서와 시대상을 반영해 한국적 색채가 뚜렷한 ‘분홍병사’를 보여줄 예정이다. 원작에 뿌리를 두면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장난감들의 등장은 극단 학전이 무엇을 잘하는지 또 한 번 말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동화책이 무대 위로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보다 큰 동화책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이 작품은 동화책이 펼쳐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뮤지컬 ‘분홍병사’는 엄마아빠를 따라 마트에 온 푸름이가 장난감 나라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환상을 어른들에게는 잊었던 순수성을 일깨워준다. 분홍병사를 비롯해 바코드 인형, 퍼즐, 기관사, 곰인형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세계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들춘다. 아인슈타인이 등장해 찢어진 마음을 붙이는 풀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하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 사람들은 점점 변해가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목각인형 피노키오는 원래 영악한 꼬마 인형이다. 그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 역시 완역본을 읽어보면 변덕쟁이 다혈질로 묘사돼있다. 어른이 되면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 둘 알게 되는데 슬픈 것은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사람은 성장을 멈춘다. 취직과 결혼이라는 문제 앞에 직면한다. 주인공 푸름이는 순수했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엄마아빠가 돈 때문에 싸울 때가 제일 싫은 푸름이는 장난감 가게에서 재밌는 인형들과 노는 게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붙잡을 수 없어 유감일 뿐, 그 마음은 과연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뮤지컬 ‘분홍병사’는 오는 6월 27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