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영전에 바친 '서울대 합격증'

2006-12-17     연합뉴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한 여학생이 입시를 앞두고 어머니를 여의는 슬픔까지 이겨내고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했다.

    서울 혜원여고 3학년 조현경(18)양은 15일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 전형에서 농경제사회학부 합격 사실을 전해 듣고 "기쁜 소식을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나누고 싶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명문대 합격의 영광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조양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조그만 회사는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 한파로 경영난을 겪다가 1999년 끝내 문을 닫고 말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가족은 서울 중랑구에 있는 조양 외가의 지하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양이 가장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가 시름시름 앓다 2003년 유방암 선고를 받은 것.

    3년 동안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까지 계속했지만 이미 암 세포가 폐까지 번져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었다.

    어머니는 딸이 졸업사진을 찍던 날인 지난 4월21일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조양과 아버지, 남동생 세 식구에게 남은 것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눈덩이 같이 불어난 빚뿐이었다.

    조양은 어머니가 보고플 때면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찬송가 소절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가슴 속 깊이 사무친 그리움을 달랬다.

    외롭고 힘이 들수록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진한 끝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인 한비야씨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식량자원 분배 문제를 공부하고 싶어 농경제사회학부를 지원했다고 한다.

    조양은 당장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지만 "사춘기인 남동생이 자칫 길을 잘못 들어 `엄마 없이 자란 자식'이란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동생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담임교사 황석란씨는 "현경이는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친구들 고민도 잘 들어주는 속이 깊은 학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얘기가 나오자 "국민의 식탁과 농민의 생존을 위협할 공산이 큰데도 경제성장에만 얽매여 협정 체결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장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