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퇴출 공포에 떤다"..내달초 정리대상 결정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지난 4일 시공능력 69위의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이 만기도래한 어음 12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가 최종부도 위기를 겨우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견 건설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 의해 일부 부실 건설업체들이 퇴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건설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시중에는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사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 '시공순위 100위 건설사 중 상위 20%만 살아남게 될 것' 등의 괴담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괴담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까닭은 작년까지 주로 주택건설업체들이 무너졌던 반면 올해는 토목건설업체들까지 쓰러지는 등 건설업계 전반으로 퇴출 바람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진건설, 신창건설, 성원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풍림산업과 우림건설, 월드건설, 동문건설 등은 워크아웃을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주택사업 비중이 많은 건설사들이다.
건설사 구조조정 가속화 전망
급기야 지난 3월에는 남양건설, 금광기업, 진성토건 등 굵직한 토목건설업체들이 부도처리 됐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건설업계 구조조정은 올 2~3분기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시공능력평가 300위내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7월초 구조조정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신용평가회사가 매긴 신용등급 기준으로 CCC~BBB급의 40여개 건설사가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이 등급에 해당하는 주요 업체로는 금호산업과 대우자동차판매, 우림건설, 삼호, 경남기업, 벽산건설, 쌍용건설 등이 있다.
요행히 올해를 넘기더라도 내년에는 더 큰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부채비율 급등 우려
국제회계기준(IFRS)가 새롭게 도입되기 때문. IFRS가 도입되면 매출 실적이 완공 시점에서 잡힌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는 도중 받아오는 중도금이나, 공사 중인 아파트는 모두 부채나 재고자산으로 잡혀 건설사들의 부채 비율이 급증하게 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대출 지급보증 또한 모두 부채로 여겨진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확히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IFRS에 따라 부채 비율은 150%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부채비율의 증가는 해당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유동성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중견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중소건설사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대기업이라고 퇴출 괴담에서 자유롭지만은 못하다"며 "현재 명동 채권시장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어음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의 어음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경제여건이 호전되면서 더 이상 경기부양책이 필요 없는 데다 출구전략마저 논의되고 있어 건설업계 입장에서 이렇다 할 호재는 없는 상황이다.
건설경기의 불황은 결국 입주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건설사가 무너지기 이전에 더욱 영세한 하도급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
실제 현장에서 하자보수 등을 담당하기는 이들이기에 공백은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경기도 화성시에 A건설업체가 지은 아파트에 지난 2월 입주한 백 모(여.37세)씨는 욕실 바닥의 물고임 하자보수 신청을 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보수를 받지 못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욕실 바닥 타일을 시공했던 하도급 업체가 망했기 때문이다.
건설괴담이 현실화될 경우 이같은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