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받는 건 설계사도 힘들어"..법적분쟁 비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보험전문가인 보험설계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10여년간 동부화재 설계사로 근무했던 이 모(여․50세) 씨는 2006년 6월 자신이 직접 판매하던 동부화재 컨버전스보험 뇌혈관질환 상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약관상 질병분류표에서 뇌내출혈, 뇌경색, 기타 뇌혈관 질환 및 후유증 등 I60~69, G45~46까지 폭넓게 보장한다는 점에서 출시 당시 큰 호응을 받았다. 보험사 측은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단기상품으로 판매한 뒤 '뇌졸증'과 '뇌출혈'로 보장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이 씨는 2009년 3월 병원에서 '뇌혈전증(가역성뇌허혈)'으로 뇌졸증(국제질병분류 I65)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심해 일주일간 혈전용해제를 맞으며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 후에도 왼쪽 팔의 증상의 호전되지 않아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통원치료를 병행했다.
그는 치료를 받던 5월 경 동부화재에 진단비를 청구했다. 보험 약관에는 진단시 4천만원을 보상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보험사 측은 진단서상 확진이 아닌 임상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미뤘다.
이후 증상이 심해져 2009년 8월 다른 병원을 찾아갔고 그곳에서도 '허혈성 뇌혈관 질환(한국질병분류 I67.8)'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씨는 병원 두 곳의 진단서를 떼서 재청구했지만 보험사 측은 같은 이유로 보상이 어렵다며 법원에 조정신청을 냈다.
법원 조정 결과 3천만원 중재 결정이 나오자 보험사 측은 바로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억울한 마음에 이 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려 했으나 이미 민사소송에 들어간 건이라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씨는 "지난 10년간 설계사로 열심히 근무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해 왔고 누구보다도 이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도 보험사에서 왜 부당하게 일처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그는 "처음에 금감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니 내가 쓰고 있는 동부화재 코드를 죽인다(설계사 일을 못하게 한다는 의미)고 협박하더니 나중에는 법원에 조정신청을 넣어 민원조차 못하게 했다"고 치를 떨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장기보호센터 관계자는 "보험약관 상 '진단확정시 진단비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씨의 경우 추정진단이라 진단비는 줄 수 없지만 그외의 의료비는 지급했다"며 "3차 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의 경우 확진여부가 불분명해 보험사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MRI 사진까지 재검토한 결과 '추정진단'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법원 소송 중이기 때문에 향후 판결여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대학병원과 같이 큰 병원에서는 확진이 아닌 임상적 진단을 내리는 게 일반적인데 확진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횡포"라며 "설계사한테도 이러는데 보상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계약자들은 오죽하겠느냐"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