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농구한 건 일상생활 아냐"..'법대로' 보험사
2010-06-16 임민희 기자
소비자는 보험사가 중간에 말을 바꿨을 뿐 아니라, 법원의 조정결정에도 따르지 않는 등 보상의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고, 보험사는 판례에 의거해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맞섰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한 모(남․38세) 씨는 지난해 8월 14일 한 대학교 농구경기장에서 지인 6명과 농구경기를 하던 중 지인의 실수로 치아가 파절되는 상해를 입었다. 진단 결과 '상단 치아 2개 파절과 양 옆의 치아도 약간 흔들림이 있는 상태'로 보철(4회 치료)의 경우 1회에 약 400만원, 임플란트를 할 경우 약 730만원의 치료비가 필요했다.
마침 가해자가 메리츠화재 일상생활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 있어 보험사에 알렸고 일주일 후 손해사정인이 나와 사고경위서를 받았다.
당시 손해사정인은 '이 사고는 일상생활 중에 발생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니 손해배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철을 할 경우 10년에 한 번씩 치료하는 것으로 계산돼 4회차 치료비와 위자료 등이 지급된다고 했다.
그러나 보험사 담당직원은 약 50% 정도의 치료비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 씨가 치료비 책정 근거와 법원 판례 등을 묻자 담당자는 이를 거부했다.
한 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자는 태도를 바꿔 '최대한 빨리 처리해 줄 테니 민원신청을 취소해 달라. 보험사 담당자와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한 씨는 이를 믿고 민원을 취소했다.
며칠 후 보험사 측은 2가지 법원 판례를 보내왔다. 하나는 '축구선수가 축구 경기도중 사고가 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배드민턴을 치다가 사고가 났는데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였다. 보험사는 이런 판례를 감안할 때 보철 4회차 치료비와 위자료를 포함, 약 340만원만 지급해 줄 수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 등을 감안해 적어도 15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맞섰으나 소용이 없었다. 분한 마음에 금감원에 2차 민원을 제기했고 보험사 측은 법원에 조정신청을 제기해 올해 3월 500만원의 조정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3월말 법원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조정 불응 서신을 보내왔다.
그는 "처음에는 50%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보험사의 고무줄식 보험금 책정에 할 말을 잃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넣을 때는 모두 다 해줄 것처럼 속여 놓고 뒤로는 없는 규정까지 만들어가며 법원에 조정신청을 내고 법대로 하라고 술수를 부렸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판례 등을 볼 때 운동 중 발생한 사고의 경우 배상 책임이 아주 낮다"며 "한 씨가 자신이 입은 피해만을 보고 과도하게 보험금을 요구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례에 따라 보험금을 산정했지만 한 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법원에 조정신청을 냈다. 물론 500만원 중재결정이 나왔지만 이는 단지 합의를 위한 중재금액일 뿐 우리가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