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오비맥주, '월드컵' 특수 맞아 피말리는 진검승부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월드컵 특수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불꽃 튀는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맥주 이장규 대표이사 부회장과 오비맥주 이호림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두 회사의 맥주전쟁은 올 들어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승부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비맥주, 하이트맥주와 시장점유율 격차 19.4%→12.6%…수도권은 오히려 앞서
최근까지의 승부는 오비맥주에 유리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
오비맥주는 지난 2006년 40.3%였던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면서 부동의 1위 업체인 하이트맥주를 바짝 추격해왔다. 이호림 사장이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며 영업활동을 독려한 덕분이다.
이같은 현상은 올1분기까지도 계속됐다.
지난 1분기 중 하이트맥주는 매출액(2천120억원)이 7.9% 감소하고, 영업이익(252억원)은 48.3%나 줄어드는 부진을 겪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같은 기반에 비해 0.2% 줄어든 56.1%를 기록했다.
반면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이 43.7%에서 43.9%로 높아졌고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오비맥주가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추세를 보면 확실히 하이트맥주가 궁지에 몰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이트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59.7%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07년 59.2%, 2008년 58.2%, 2009년 56.3%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오비는 2006년 40.3% 이후 2007년 40.7%, 2008년 41.8%, 2009년 43.7%로 상승해 왔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006년 19.4%포인트에서 12.2%까지 좁혀졌었다.
하이트맥주, 1분기 부진은 글로벌 도약 위한 숨고르기
그러나 오비의 승승장구는 일단 여기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2분기 들어서면서 하이트맥주가 추세를 다시 반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 측은 1분기 실적부진은 유통재고 소진을 위해 출고량을 줄였기에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2분기 이후의 실적에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수세에 몰리고 있던 하이트맥주가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은 올해 초 이장규 하이트홀딩스 부회장을 하이트맥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임원진 교체를 단행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장규 부회장은 "2010년을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맞춰 올해 2월까지 내부 조직과 유통채널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1분기 실적이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라도 체질부터 개선한다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2분기 들어서면서 하이트맥주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하이트맥주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천812억과 6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와 10%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57%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내년 상반기 진로와의 영업망 통합에 따른 실적향상도 기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이트의 반격이 매섭지만 오비맥주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카스'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젊은 소비자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출시된 저칼로리 카스라이트를 내세워 1위 탈환의 칼을 갈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신제품 출시와 함께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도 최근 3년간 3% 이상 높아졌다"며 "이번에 출시한 저칼로리 신제품은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오비맥주의 1위 도약에 일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15일 카스라이트는 출시 45일 만에 당초 목표치를 80% 상회한 1천만병을 팔아치웠다.
승패는 월드컵 특수, 여름철 장사서 결판난다결국 한 발도 물러날 수 없는 두 회사의 결전은 올해 불어닥친 월드컵 특수와 다가온 여름철 성수기 판촉전에 따라 판세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월드컵 기간 동안의 판촉을 성수기를 앞둔 여름 시장쟁탈의 전초전으로 삼고 전사적으로 임한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월드컵을 겨냥해 마련한 각종 이벤트로 6월 들어 일 판매량이 전월 대비 10% 정도 늘어난 추세"라고 말했다.
하이트맥주라고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최대 성수기를 고스란히 경쟁사에 내줄 리 만무하다.
지난 5월 양사는 '카스라이트'와 '하이트·맥스 스페셜' 등의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판촉 마케팅에 올인했다.
서울 도심이나 대학가 등 젊은 층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양사의 판촉전이 벌어질 정도다.
하이트맥주는 7월 중순까지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 메시지 보내기, 득점자 맞히기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비맥주는 '카스랑' 매장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200~300인치의 대형 3D 멀티스크린으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체인점 지원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매장 내에서 월드컵 응원도구나 티셔츠를 나눠주는 이벤트도 동반한다.
광고 마케팅 양상도 치열하다. 하이트맥주는 류승범, 박시연, 이민기 등을 내세워 월드컵 분위기를 북돋웠다. 오비맥주도 피파 공식스폰서인 '버드와이저'를 활용한 이미지 광고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