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전화번호 뺐었다가 위자료 300만원
2010-06-20 이민재 기자
부산에 사는 윤 모(62) 씨는 2001년 8월 전화요금 30만7천330원이 연체돼 집 전화가 해지됐다.
1968년 가입한 이후 30년 넘게 사용했던 번호를 못 쓰게 돼 윤 씨의 안타까움은 컸다.
통장에서 자동으로 요금이 빠져나가도록 해 놨는데 일시적인 잔고 부족으로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 통신회사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윤씨는 2003년에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1996년 가입해 사용하던 전화번호가 2만6천820원의 요금 연체로 2003년 12월 자동 해지된 것.
이후 윤씨는 연체된 돈을 모두 내고 전화번호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번호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이후였다.
화가 난 윤씨는 통신회사 측이 요금 연체에 대한 고지를 제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지했다며 2천25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부산지법 민사항소3부(장홍선 부장판사)는 "KT는 윤씨에게 전화개설비용 반환금 25만원 외에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 생활에서 통신의 중요성이 크고 오래된 전화번호는 사회생활에서 개인을 특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피고 회사가 전화가입계약 해지를 피할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피고 회사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할 의무가 다른 일반 기업에 비해 큰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