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도박장에 ‘한글 간판’이 걸렸다고?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영인 주필]대한민국의 '국격'이 치솟으면서 해외에서도 한글을 구경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아예 '한글 섬'이 생겼다. 인구 6만 명인 부톤섬 사람들이 자기들의 '찌아찌아'어(語)를 한글로 표기하고 있다.
'한글 섬' 말고도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한글 간판이나 안내판 등이 붙어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랑스러운 한글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에도 그런 곳이 생겼다. 그렇지만 한글 간판을 설치한 곳은 유감스럽게도 도박장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북적거렸으면 도박장에까지 한글 간판이 걸린 것이다.
이 도박장에서는 카지노 앞 환전상에도, 카지노 안에서도 한글 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한판에 수만∼수십만 원이 오가고 있으며 게임을 잘 모르는 관광객에게는 한국인 직원이 방법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는 보도였다.
부유층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던 '원정 도박'을 일반 관광객이나 유학생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액을 탕진하고 여권을 맡겨 돈을 빌렸다가 그 돈마저 잃고 나서 현지에 눌러앉은 관광객도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세계 복권 동향보고서'라는 것을 내놓았다. 이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도박시장이 해마다 5∼10% 가량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 시장규모가 30조∼40조 원 규모에 달하며, 여기에다 불법 도박시장까지 합치면 최대 10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탕'을 노리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의 주요품목별 개별소비세를 분석한 결과, 경마장 입장 인원은 2006년 268만6000명에서 2008년에는 408만6000명으로 2년 사이에 52.1%나 늘었다고 했다. 카지노 입장 인원도 같은 기간 동안 185만2000명에서 288만1000명으로 55.6%나 증가했다. 경륜장을 찾는 사람도 2006년 147만3000명에서 2007년 117만9000명으로 줄었지만 2008년에는 다시 127만9000명으로 늘어났다는 보도다.
우리 국민 가운데 절반을 넘는 58.1%가 도박을 즐기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다. 한국마사회가 고려대 한성열 교수에 의뢰, 2만여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박이용실태'였다. 국민이 즐기는 도박은 로또(60.1%), 온라인 게임(37.6%), 화투(33.7%), 내기당구·바둑·장기·골프(10.6%) 등의 순이었다고 했다.
이 '한탕 심리'를 이용하는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폭력조직 '정수파' 일당이 포커와 고스톱 등을 할 수 있는 인터넷 게임 사이트를 만들어 게임머니를 실제 돈으로 바꿔주는 수법으로 72억 원을 챙겼다는 보도다. 미모의 '꽃뱀'을 동원, 유인한 뒤 '약물'까지 먹이고 사기도박을 벌여 수억 원을 빼앗은 사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탕'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강원랜드의 직원이 옷 속에 100만 원짜리 수표를 숨겨서 빼돌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직원 2명이 한 장, 두 장씩 숨겨서 빼돌린 돈이 무려 114억 원이었다. 강원랜드는 '팬티랜드'가 되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정부마저 은근히 사행심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달 '복권 인식 조사'를 했더니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3명 가운데 43%가 최근 6개월 사이어 복권을 산 경험이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30.1%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구입하고 있다고 했다. 복권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청도군에는 '소싸움 경기장'이 생겨 '우권(牛券)'을 판매한다고 했다. 그래야 정부 수입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도가 좀 지나치고 있다. 국민을 도박꾼으로 만들어도 수입만 올리면 된다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