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번호통합' 누굴 위해서?.."소비자는 불편해"

2010-07-13     이민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정부의 ‘010번호통합정책결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010번호정책은 정부가 지난 2003년 3세대 이동통신에 010 번호를 부여하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010 번호 사용자 비율이 80%에 이르는 시점에 01X(017, 019 등 기타 번호) 사용자의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겠다고 한 정책이다. 현재 010 번호 이용자는 전체 82%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번호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당초 정부의 번호통합정책 도입배경은 번호자원 부족과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경쟁촉진)가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8자리 번호가 보편화되면서 번호자원 부족은 현실성이 없으며, 브랜드화 방지역시 번호이동제도가 시행되면서 문제가 이미 해소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900만 명에 달하는 01X 사용자들로부터 강제로 번호를 빼앗는 것은 소비자권리 침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010번호통합’ 정책은 이달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번호통합의 득과 실

소비자입장에서 ‘010번호통합정책’은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통신사업자간 번호장벽이 해소돼 특정사업자의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자유롭게 다른 회사로 이동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된다.

또한 010 번호로 통합될 경우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의 앞자리인 010 번호를 누를 필요 없이 통화가 가능해 편의성이 증대된다. 쉽게 말해 이통사간 식별번호가 사라져 8자리 번호만 눌러도 통화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통신사업자들이 브랜드보다 서비스품질로 경쟁하며 소비자들의 혜택이 증진될 수 있다는 중장기적 장점도 내포하고 있다.

반면, 기존 01X 이용자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에서 번호정책의 일관성과 이미 010으로 전환한 01X 이용자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작 01X 이용자들에게 3G서비스를 제한함으로써 반 강제적으로 번호통합을 조장한 거나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통합필요 하지만 시기가 문제

‘010번호통합정책’에 대한 이동통신 사업자간 입장 차이도 극명했다.

이달 초 국회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개최한 ‘010 번호정책 쟁점 진단 및 대안모색’ 정책 간담회에는 KT, SK텔레콤, LGU+ 등 이동통신 3사 임원이 참석해 번호통합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KT와 LGU+는 번호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010 통합의 조속한 시행과 명확한 일정 제시를 요구했다.

KT 공성환 상무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 소비자 선택권 확대, 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010 번호통합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명확한 일정이 제시될수록 010 번호 전환율도 높이고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U+ 김형곤 상무도 “아직 900만명이 01X 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번호를 일시에 바꾸기보다는 통합 시점을 밝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명의변경이나 기기변경시에도 010 번호로 바꾸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점진적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번호를 3~4년 이내 강제로 통합할 만큼 시급성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강제통합에 따른 이용자 불편과 반발을 고려할 때 번호통합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압적인 정책, 실패나 다름없어

시민단체는 ‘010번호통합제도’의 실효성을 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위원은 “3G에서는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데 이것만 봐도 정부가 잘못 판단해 010 번호 통합에 나섰다”며 “이미 80%가 3G로 바꿨다고 하는데 정부가 강제로 한다니까 모두다 손해를 감수하고 바꿔 정책적으로 실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서민기 대표는 “010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01X도 3G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01X 번호를 회수해서 버릴 것도 아닌데 사용자들이 평생 쓸 수 있도록 못 해주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