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부끄러운 줄 모르는 통신3사
2010-07-15 이민재 기자
때문에 함경도 사람들의 성격은 강인하고 악착스러웠다. 당시 8도의 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네 글자로 평가한 4자평에서도 함경도 사람들은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다’며 ‘이전투구’라 불렸다.
요즘 이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통신시장이다.
최근 SK텔레콤과 KT는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와 제휴를 체결했다. 단독 제휴를 맺은 것도 아닌데, 보도 자료를 언론사에 누가 먼저 뿌리느냐를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내가 먼저 했다는 기록을 남기겠다는 얄팍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싸움 축에도 들지 못한다. 통신사 간에 고발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KT는 결합상품 시장에서 과도한 현금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LGU+를 신고했다.
같은 날 SK텔레콤은 KT의 무선랜(Wi-Fi) 광고가 허위사실 유포 및 과장 등의 소지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SKT텔레콤은 KT가 선보인 광고가 자사서비스는 무료지만 경쟁사의 서비스가 유료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는 SK브로드밴드가 자사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다며 KT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내용은 각양각색이지만, 이 모두가 통신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피 말리는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다 생긴 일이다.
기업의 관계는 어차피 경쟁의 연속이다. 상대방이 고객을 늘리면 내 고객이 줄고, 상대방 매출이 올라가면 내 매출이 줄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리점에서 온갖 편법상술이 난무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통신사들도 그런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실제로 서로 잘해보자고 서로의 손을 잡기도 했다.
지난 3월 SKT 정만원 사장, KT 이석채 회장, LGU+이상철 부회장 등 통신 3사의 수장들이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자’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대신 고객서비스와 통신품질 개선에 힘을 쓰자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최근 통신사들의 행태를 보면 최고경영자들이 단체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통신회사 최고경영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대 기업의 기업윤리가 고작 진흙탕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인지.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