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취임..노조 반발 '암초'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KB금융지주의 신임회장으로 어윤대 씨가 13일 공식 취임했다.
KB금융지주는 13일 오전 10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어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어 회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2013년 7월까지 KB금융을 이끌게 됐다.
어 회장은 대다수 주주들의 찬성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국민은행 노조 측이 어 회장의 출근저지를 시작으로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퇴진운동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어 회장과 노조 간의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어윤대 KB금융 새수장..노조 강력 반발
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KB금융을 세계적 금융회사로 도약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카드사를 분사시키고 서민 금융 진출을 검토하는 등 신규 사업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며 "KB금융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질병의 근원적 치유를 위해서는 전 임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비상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 회장은 글로벌 금융회사가 되기 위한 4대 전략 방향으로 경영 효율성의 극대화와 사업 다각화, 신규 수익원의 창출, 글로벌 경쟁력 개선 등을 제시했다.
어 회장은 "앞으로 비용수익비율(CIR)을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로 삼고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내부 합의과정을 거친 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비용 절감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증권업은 향후 적절한 인수 합병(M&A)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밝힌 뒤 "생명보험 분야는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보험사를 목표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뜻도 드러냈다.
이와 함께 "통신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차별적이고 특화된 스마트폰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녹색금융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서민금융에 대한 수요 증가를 고려해 이 분야의 진출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 주주자격으로 참석한 유강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KB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한 영포회 등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감독당국이 인사개입에 참여하는 등 불법․탈법 정황이 있기 때문에 이사회 안건 철회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KB금융이 어 회장 이사 선임을 강행할 경우 13일 법원에 ‘어윤대 회장 선임 원인무효’에 따른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성낙조 노조수석 부위원장도 "KB국민은행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결속이 필요한데 어윤대 회장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인사개입 및 관치경영으로 이를 희석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정원 의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하며 주주들의 동의를 구해 어 회장의 이사 선임을 공식 선언했다.
노조, 회장 퇴진 위한 법적소송 방침..해법은?
어 회장 선임절차 등을 볼 때 법원에서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노조의 법적 대응과 퇴진운동이 계속될 경우 어 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차기 지주사 사장과 행장 인선작업, 조직안정과 실적개선 등을 이끌어내야 하는 어 회장으로서는 '노조갈등'이란 암초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를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 회장과 국민은행 노조 측과의 첨예한 갈등은 KB지주 회장 내정 직후부터 표면화됐다. 특히 어 회장이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외환은행 M&A 참여를 언급하면서 금융노조를 비롯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노조가 '메가뱅크 저지 공동투쟁 본부'(이하 공투본)를 구성하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어 회장은 노조를 비롯해 경쟁금융권의 비난에 직면하자 "2년간 어떤 인수도 안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우리금융과의 합병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뒀다. 이후 '영포회' 등 정권실세의 민간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KB금융 회장 인선 개입 논란'이 촉발됐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어 회장과 면담을 요청해왔지만 어 회장은 이를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의 강경대응을 놓고 취임 초기 노조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됐다.
국민은행노조는 12일과 13일 여의도 본점에서 집회를 열고 "어윤대 씨는 KB금융지주 회장에서 즉각 사퇴하라"며 퇴진운동을 전개할 뜻을 밝혔다. 곽노은 노조 국장은 "주총 자체를 막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일(14일)부터 어 회장 출근저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곽 국장은 "어 회장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조와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은행과의 인수합병(M&A) 등 메가뱅크 추진 반대, 인사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다.
내부적 반발에 봉착한 어윤대 회장이 어떤 해법을 들고 이 위기를 극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