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커튼 고리'라면,'금속링'참치 쇼크

[포토 고발]삼양식품.오뚜기등 대기업 제품 끔찍한 이물질 검출

2010-08-04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밀봉 포장된 제품에서 녹슨 커튼고리, 쇠로 된 링 등 이물질 검출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유명 제품에서도 이물 발견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보통 밀봉제품의 경우 식품업체가 금속탐지기를 설치해 이물 혼입을 차단하는 공정이 있는데도 가공식품에서 먹을 수 없는 쇳조각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또 봉지과자에 코팅된 비닐은 벗겨지지 않아야 함에도 일부 제품의 품질관리가 미흡해 말썽이다. 

심지어 대기업의 라면에서 지렁이가 발견된 사례도 있어 제품을 개봉하기 직전과 직후에 이물질 혼입여부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물신고 5배 증가..제조단계 혼입 사례 대기업 '즐비'

3일 발표된 삭품의약품안전청의 올 상반기 이물 보고 현황에 따르면 총 4천217건이 접수돼 지난해에 비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이 올해부터 시행한 이물 보고 의무화로 식품업체에서 보고된 사례가 2천815건(약 6배 급증), 소비자 24시간 인터넷 신고 시스템을 통한 소비자 신고가 1천402건(약 4배 증가)으로 나타났다. 

원인조사가 완료된 3천289건의 이물 혼입 경로는 제조단계 307건(9.3%), 유통단계 305건(9.3%), 소비단계 755건(23.0%), 이물분실·이물훼손·조사거부 등 판정불가가 1천301건(39.6%), 기타 이물로 오인한 경우 등이 621건(18.8%)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조단계에서 이물 혼입된 현황에 따르면 SPC그룹, 대상, 동원F&B, 오뚜기, 롯데제과 등 대기업 제품이 대거 포함돼 있어 유명 제품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모님 댁에 보낸 라면서 '커튼고리'


서울 강동구의 이모(여.34세)씨는 지난달 17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뚜기 '진라면 순한맛(유통기한 2010년9월25일까지)'을 주문해 용인에 거주하는 부모님댁에 부쳤다. 4일 뒤 이 씨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이 씨에 따르면 부모님이 라면을 먹다가 냄비 안에 있는 'ㄹ'자 모양의 커튼 쇠고리 2개를 발견했다는 것. 깜짝 놀란 이 씨는 다음날 오뚜기 고객센터에 신고했다. 그러자 회사측은 다음날 라면을 가지고 방문해 이물을 회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자진 신고를 했다.

이 씨는 "지난 7월28일 부모님댁을 방문했다는 직원이 전화를 해왔다. 그런데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기계검사 및 직원조사를 했지만 해당 이물이 혼입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더라. 해줄 수 있는 것은 구입한 비용을 통장에 입금하는 것뿐이라며 얼마에 샀냐고 물었다"고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오뚜기 측은 해당 이물을 회수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당 이물에 대해 제조라인 등을 조사했지만 정상적으로 금속검출기가 작동해 혼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이 씨는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 제보한 뒤 오뚜기 품질관리 실무진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공장에서의 조사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골사람이라고 무시하나?"..참치캔에 금속링


경상북도 영천의 김모(남)씨는 지난 7월26일 동원F&B의 '동원 마일드참치(유통기한 2015년1월1일까지)'를 먹던 중 이물이 씹혔다. 이가 아파 뱉어보니 직경 0.3cm 크기의 금속(철로 된 링)이었다.

동원F&B 홈페이지 게시판에 참치캔에서 이물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리자 연락이 왔다.

김 씨에 따르면 이물에 대한 조사를 위해 직원을 보내 수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물 등 품질관리 담당자가 아닌 영업사원이 찾아왔다.

 

김 씨는 "직원이 제품의 유통기한이나 이물에 대해 조사하기 보다는 밑도 끝도 없이 이물을 달라고 했다"며 "신문사에 연락했다고 하니 그제서야 지점장이 찾아온다고 했다"고 어처구니 없어했다.

이와 관련해 동원F&B 측은 참치캔을 제조하는 공정상 금속검출기 등을 운영하고 있어서 철로 된 링 등이 혼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동원F&B 관계자는 "김 씨가 이물 회수를 거부했지만, 우선 식약청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물이 수거된 뒤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 씨는 "처음부터 담당직원이나 실무진이 와야지, 영업사원이 이물을 달라기만 하길래 증거를 인멸할까 두려웠다"면서 "심지어 시골사람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 '실비닐'도 먹으라고?..포장지 코팅 벗겨져


울산광역시 중구의 김모(남.31세)씨는 지난 11일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롯데제과의 치토스를 구입해 아내와 함께 먹다가 1~2cm 크기의 비닐조각을 발견했다. 봉지 안을 살펴보니 실비닐이 잔뜩 들어 있었다. 

다음날 롯데제과 영업직원이 방문해 비닐 조각들과 제품 일부를 수거해갔다.

김 씨는 "임신 6개월째인 아내 입에서 실비닐이 나왔다. 며칠 뒤 롯데제과 평택공장 치토스 담당자로부터 '공장라인을 새로 했는데 지난 6월30일에 제조된 치토스(유통기한 2010년12월29일까지 A2)에서 모두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판단, 울산지역에 유통된 제품의 회수를 요청했다'는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너무 걱정돼 유통기한이 같은 제품을 더 구입했더니 A2라인에서 만든 제품의 은박지 표면에 코팅된 비닐이 모두 벗겨져 실비닐이 나왔다"며 "이미 어린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먹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제과 측은 김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벌이는 한편, 해당제품이 유통된 울산지역에서 회수조치에 나섰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해당제품이 내포장지 박피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안심 차원에서 해당 공장라인에서 같은 시기에 생산된 제품 50박스를 수거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쌀봉지에서 주먹만한 곰팡이!


부산광역시 북구의 정모(남.49세)씨는 약 1달 전 집 근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4kg짜리 쌀을 구입했다.

정 씨는 최근 쌀을 옮기던 중에 봉투 밑바닥에 쌀알과 함께 뭉쳐진 곰팡이 덩어리를 발견했다. 서둘러 마트에 신고했더니 이물이 혼입된 경위를 밝히는 것 보다 제품을 교환해주겠다며 보상얘기부터 꺼냈다는 것이 정 씨의 설명.

정 씨는 "지금까지 공팡이 덩어리가 발견된 쌀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찝찝했다"며 "도정업체에서는 미강가루가 뭉쳐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마트 측은 정 씨에게 개봉 후 1~2달 뒤 제품에 곰팡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설명하고, 제품을 교환해주는 등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우선 이물질이 무엇인지, 언제 제품에 혼입됐는지 확인하려면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 씨의 경우 정밀진단 후 진료비를 보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라면 끓이다 갯지렁이 둥둥

인천광역시 동천동의 최모(남.44세)씨는 지난 5월 집 근처 상가에서 삼양식품의 '대관령 김치라면(유통기한 2010년7월15일까지)' 3개를 구입했다.

최 씨는 아내와 함께 라면을 먹으려고 그 중 2개를 끓이다가 약 15cm 길이의 지렁이를 발견했다. 깜짝 놀란 최 씨는 회사 측에 이물질을 보내 원인규명을 요청했다.


회사측은 검사가 진행되던 중 '지렁이'가 아니라, '해초류'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해당 제품을 생산한 익산 공장의 직원이 찾아와 "보상을 원하냐"면서 "라면제품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 최 씨의 설명.

최 씨는 "다른 곳에 조사를 맡기려고 이물질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더니, 며칠 뒤 지렁이가 맞다며 5만원짜리 상품권을 보낼테니 모르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이물의 외형이 비교적 원형 그대로 유지된 형태였다며, 라면을 성형하고 튀기는 제조공정상 혼입될 가능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삼양식품은 해당제품의 제조공장이 전라북도 익산에 있고, 작업장 주변은 내륙지역으로 바닷가에 서식하는 갯지렁이를 공장 주변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원료 입고, 검사부터 제조공정, 완제품까지 전반적으로 이물혼입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