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예방접종에 100만원.."부모 허리휜다"

2010-07-25     정기수 기자
영유아 예방접종 비용이 100만원을 훌쩍 넘겨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의 부담이 과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가정에서 직접 부담해야 하는 선택 예방접종인 폐구균 백신 1~4차 40만원, 뇌수막염 백신 1~4차 16만원,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 1~3차 30만원, A형 간염 백신 1~2차 8만원 등을 영유아에게 맞히는 데 최소 94만원이 소요된다.

또 제품별 가격 차이와 보건소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 필수예방접종을 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접종 비용이 최대 200만원에 육박한다.

현재 무료 접종 대상 항목은 소아마비, B형 간염, 일본뇌염, 수두, DTaP(디프테리아 및 파상풍 기초접종, 백일해), MMR(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Td(파상풍 및 디프테리아 추가접종), BCG(결핵예방접종) 등 8종에 불과하다.

지난 23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저출산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이 폐구균 등 선택예방접종에 대해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올해 3월 첫 아이를 낳은 김유진 씨(서울 홍은동)는 "두달 전 신종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히는데 1차 20만원이 들었고 3차까지 맞히려면 70만원이 든다"라며 "돈 내고 받아야 하는 예방접종이 많은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의 지원을 받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도 필수로 맞히는 항목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빠져있어 신종질환에 대한 백신접종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이 같은 요구를 감안해 선택예방접종 가운데 필수로 전환할 질병을 검토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실시한 연구사업에서 전문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통해 필수전환 우선순위를 정했는데 A형간염, 폐렴구균, 뇌수막염(히브 백신) 등 3가지를 선정했다"라며 "A형 간염의 경우 예산 승인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영유아 44만명을 대상으로 A형 간염의 정기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을 신청했다.

또 오는 12월부터는 기존 필수백신 8종도 보건소가 아닌 동네의원 소아청소년과에서 맞혀도 2천원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예산안을 마련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러나 폐렴구균, 뇌수막염 등 다른 선택예방접종을 무료화하는 데에는 높은 예산이 소요된다며 지원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필수예방접종 연간 예산이 200억~300억원 수준인데, 폐렴구균을 필수로 전환하면 500억원이 소요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필수예방접종 백신은 오래전 개발돼 가격이 싼 데 비해 선택예방접종에는 최근 개발된 백신이 많아 가격이 비싸다"라며 "민간의료기관에서 기존 필수 8종을 무료로 맞히는데 570억원이 드는데, 폐구균 백신 하나를 무료로 맞히려면 같은 비용이 드니 필수 전환이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전재희 장관도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필수예방접종은 글로벌 기준인데, (의료기관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예방접종을 너무 많이 권유하는 게 아닌가 한다"라며 "권장하는 선택예방접종이 무엇이고, 얼마나 필요한지 파악해 알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부모들이 과도한 우려 속에 비싼 선택예방접종을 많이 맞히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백신은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해야 할 비용을 감안하면 접종의 실익이 있어 선택적으로 맞혀서 나쁠 것은 없다"라며 "다만, 정부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