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사전에 '현지화'는 없는가?

2010-08-09     안광석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광석 기자]애플의 경영철학은 '사용 편의성'이다.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 본인도 '아이폰' 개발 중 사용편의를 위해 디자인에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니 성능과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아이폰4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수신불량 문제가 불거지고 국내상륙이 늦어졌으나 그를 상쇄할 매력이 있기에 인기는 여전하다.


그런 애플의 최근 국내 고객대응 사례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 발견된다.

최근 본지에는 아이팟을 암밴드에 넣어 팔에 차고 음악을 들으면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했더니 터치 기능이 먹히지 않아 A/S를 신청했던 한 소비자의 사연이 제보됐다. 

소비자는 정상적인 사용 중에 문제가 발생했으면 제품 하자가 아니냐고 따졌지만 애플 측은 외부에서 습기가 들어갔으니 사용자 과실이라고 판정했다. 그리고는 수리비 25만원을 지급하면 리퍼비시 제품을 주겠다고 했다.

이 소비자는 땀 좀 찼다고 수비리가 제품 값의 60%나 나온 것도 이상했지만, 수리 대신 중고품이나 다름 없는 리퍼비시 제품을 준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었다.

'리퍼비시(refurbish)' 서비스방식은 국내 소비자들이 애플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이는 제품에 하자가 생기면 중간 A/S 절차 없이 100%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새 제품으로 구매유도하는 애플만의 독특한 서비스다. 고장 부위가 아무리 사소해도 고쳐주지 않고 회수해 가는 이 방식에 국내 소비자들은 낯설어하면서 또 불편해 한다.

특히 고가의 스마트 폰에서 이 같은 불만이 심각하다. 

아이폰은 단말기의 손상정도를 '가벼운 손상, 수리가능 손상, 심각한 손상'의 3단계로 구분한 후 1년 보증기간 중이라도 '가벼운 손상'에 대해서만 무상으로 리퍼폰을 제공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돈을 주고 리퍼폰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최소 최소 29만400원에서 최대 83만1600원(32G 기준)이다.


보증기간이 지난 뒤에는 아무리 사소한 고장이 생겨도 최소 29만원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업체의 경우 10분 정도만 손보면 해결해줄 고장도 애플에서는 적잖은 돈을 물고 중고품으로 바꾸거나 새 제품을 사야 하니 소비자들이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리퍼비시 제도는 미국에서는 비교적 보편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방식인데다가 삼성과 LG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바람에 애플의 서비스가 불친절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애플이 이 같은 A/S정책을 도입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고, 외부에서 이를 고치라고 강요할 방법은 없다. 더구나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한국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애플 측 해명에도 딱히 반박할 말은 없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건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자고로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속담도 있다. 사람을 진정으로 중시한다면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로 다가가는 게 옳지 않을까? 한국 소비자들이 그렇게도 불편해 하고, 불만을 제기하는데 계속 자신들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건 어쩐지 편견과 아집으로만 느껴진다.

글로벌 기업 애플에 묻고 싶다. 애플 사전에 '현지화'라는 단어는 없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