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 비장의 무기 'd'로 술판 뒤엎을까?
'이장규 대 이호림', '신은주 대 장인수' 맞대결도 흥미진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최근 맥주시장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1위 하이트맥주가 비장의 무기를 빼들었다.
3년 만에 신제품 드라이맥주 '드라이피니시 d'를 내놓고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 것. 월드컵 특수를 놓고 맞붙었던 하이트와 오비의 제2라운드 혈전이 한 여름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또 하이트는 이번 신제품 마케팅을 위해 지난해말과 올해 초에 걸쳐 영입한 이장규 부회장과 신은주 마케팅 상무를 선봉장으로 삼았다. 오비맥주 역시 영업력 강화를 위해 하이트맥주 출신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인물대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5월 출시한 '카스 라이트'의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이트맥주에 몸 담았던 장인수씨를 신임 부사장으로 선임했었다. 올 여름 살벌한 맥주 전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 하이트 '이장규 대표-신은주 상무' 새 진용으로 반전 노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59.7%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07년 59.2%, 2008년 58.2%, 2009년 56.3%, 2010년 1분기 56%로 계속 추락했다.
그동안 오비맥주는 2006년 40.3% 이후 2007년 40.7%, 2008년 41.8%, 2009년 43.7%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불과 3년 사이에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2.2%로 좁혀졌다.
하이트맥주의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올 1월 이장규(첫번째 사진 왼쪽) 전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를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임원진 교체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쇄신했다.
이 부회장은 "2010년을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맞춰 지난 2월까지 내부 조직과 유통채널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하이트맥주는 이 대표 영입을 전후해 외부에서 마케팅 전문가도 수혈했다.
그중 마케팅 팀을 총괄하는 신은주 상무는 하이트맥주에서는 첫 여성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부에서 마케팅 임원을 뽑던 관행을 깨고 외부 전문가를 수혈했다는 파격인사 자체로도 관심의 대상이다. 신 상무는 광고회사인 TBWA에서 SK텔레콤의 '되고송' 캠페인과 '비비디 바비디부'를 기획해 히트를 친 바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또 지난달 초 최광준 전 석수앤퓨리스 대표를 하이트맥주 부사장에 선임하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최 부사장은 하이트맥주 생수사업부 담당 전무로 영입된 뒤 석수와퓨리스 대표를 맡아 왔다.
이 부회장은 취임 후 첫 신제품인 드라이맥주 'd'에 운명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명 '드라이피니시 d'는 드라이맥주를 의미한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아사히 수퍼드라이'와 같은 빅히트 상품을 만들겠단 의지를 담고 있다. 아사히맥주는 1980년대 말 드라이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를 출시한 이후 기린맥주를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했다.
드라이 맥주는 단 맛을 없애 뒷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5일 출시된 '드라이피니시 d'는 알코올 도수가 5도로 일반 맥주보다 1도 가량 높지만,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덴마크의 맥주 연구소인 댄브루와 기술제휴를 통해 5년간의 연구 끝에 드라이 타입 맥주 '드라이피니시 d'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 오비 '이호림 대표-장인수 부사장' 영업력 강화로 맞선다
하이트맥주의 반격에도 오비맥주는 다소 느긋한 반응이다. 이미 지난 5월 출시된 라이트 맥주 '카스 라이트'가 출시된지 채 3달도 되기 전에 2천만병을 판매하는 등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호림 오비맥주(두번째 사진 왼쪽) 사장은 '카스 라이트'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맥주시장은 이미 라이트맥주가 대세"라며 "라이트맥주에 대한 잠재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카스'가 1등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전통 맥주 제조공법을 사용해 맛을 유지하면서 칼로리를 낮춘 '건강한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카스 라이트'는 100ml를 기준으로 27kcal에 불과하다. 기존 맥주보다 33% 열량이 낮고, 막걸리보다 약 41% 적다.
이 사장은 또 얼마 전 30여년간 주류업계에 몸 담아온 장인수씨를 신임 영업총괄 부사장에 선임하며 영업력 강화를 꾀하고 나섰다.
장 부사장은 진로 영업담당 임원을 거쳐 하이트홀딩스 자회사인 하이트주조, 하이트주정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오비맥주는 장 부사장이 주류업계 영업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사의 성장 모멘텀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또 하이트 맥주의 신은주 상무보다 앞서 여성 마케팅 전문가를 기용했다. 지난 2008년 2월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선임된 황인정 상무는 페덱스코리아, 코카콜라보틀링 등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했다. 황 상무가 오비맥주에 들어온 이후 '젊은 맥주'라는 이미지가 부각되며 이미지 메이킹에서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제품과 선봉장 맞대결로 포문을 연 하이트맥주와 OB맥주의 맥주전쟁에서 누가 월계관을 거머쥘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