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에 미쳐 이름까지 훔쳐가네

SKT.KT.LGU+ 등 통신 대기업 명의도용 '수수방관'

2010-08-11     이민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통신사와 대리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남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을 시키거나, 이를 방치하는 등 무리수를 거듭하고 있다.

신용문제로 휴대폰 개통이 어려운 친인척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본인 동의 없이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되거나, 지인에게 빌려준 명의가 3자에게 양도되는 등 피해유형도 천차만별.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과 가족관계로 엮여 결합상품에 가입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대리점의 편법을 벗어난 탈법영업도 문제지만, 이를 방관하며 대리점의 가입신청을 별다른 검증없이 승인해준 통신업체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구나 명의도용이 엄연한 불법인데도 이를 자행한 대리점에 대해 통신사들이 확고한 처벌의지를 보이거나,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본인확인? 그런 건 대충 대충

안성 원곡면의 이 모(남.29세)씨는 올해 초 3년 전, 가출해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 처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명의로 LGU+(대표 이상철)의 휴대폰을 개통해줬다.

하지만 최근 이 씨는 가입조차 하지 않은 인터넷 미납요금으로 인해 채무변제 통고장을 받았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본사에 항의한 이 씨는 구미지역에서 본인의 명의로 인터넷서비스에 가입돼있다는 황당한 사실을 듣게 됐다.

확인결과 가출한 처남이 이 씨의 명의로 가입된 휴대폰을 이용해 인증만 받고 가입승인 처리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통상 서비스가입을 위해선 신분증 확인 등 가입자 확인이 필수적이지만 업체 측은 이를 괄시했다.

더욱이 LGU+측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미납요금에 대해서는 완고한 자세를 취했다. 명의를 도용한 처남을 경찰에 신고해 보상받으라는 것.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미납요금을 완납한 이 씨는 “본인확인 절차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가입을 받은 뒤 요금을 독촉하는 업체 측의 영업방식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LGU+ 관계자는 “당시 휴대폰가입자의 처남이 가입자 인척 서비스를 신청하고 직접 서명까지 진행했다. 개통당시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로 등록된 휴대폰인증은 했지만 신분증을 확인하진 못했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얼굴도 몰라!”

대구 화원읍의 곽 모(남.29세)씨는 지난 6월5일 아내와 함께 집근처 KT(대표 이석채) 대리점을 방문했다.

번호이동을 문의하는 곽 씨에게 대리점은 휴대폰을 1년6개월 이상 사용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위약금과 단말기 값을 감면해주는 기기변경이벤트를 진행 중이라고 안내했다.

곽 씨는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에 기존 요금제를 고수하는 조건으로 아내와 자신의 휴대폰 기기를 변경했다.

그런데 기존에 가입됐던 ‘영화할인 커플 요금제가 해제’됐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대리점에 문의하자 “일반 커플요금제인줄 알고 해지했다”며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특히 재가입을 요청하는 곽 씨에게 대리점 측은 “현재 해당 요금제는 영화요금이 올라서 재가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며칠 후 곽 씨의 아내는 최근 휴대폰을 개통한 친구가 영화할인 커플 요금제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의아한 생각에 본사에 문의하자 결합상품에 가입돼 해당 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을 알아보니 황당하게도 지난 6월18일 이동통신과 인터넷서비스가 합쳐진 결합상품에 안면부지의 다른 사용자와 결합된 상태였다.

화가 난 곽 씨가 대리점에 따져 묻자 “그냥 2년만 사용하면 된다. 결합을 해제하면 할인혜택이 사라진다”고 답했다.

더욱이 대리점 측은 인터넷 가입자가 해당 통신사직원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전했다.

결국 곽 씨는 자신과 아내의 휴대폰해지를 신청했지만 대리점 측은 남은 약정기간을 운운하며 50만원 상당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곽 씨는 “아무렇지 않게 이런 불법영업을 자행하는 것으로 미뤄봐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대리점 측에서 고객의 동의하에 제3자와 결합시켰다고 하지만 구비서류와 정황상 고객에게 안내가 미숙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개통을 철회하고 단말기 2대를 반납한 후 잔여 단말기 대금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가족관계가 아닌데도 결합상품 가입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 “결합상품의 경우 가입 후 3일 이내 관련서류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임의 해지됐다. 하지만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이를 수정했다. 현재 내부적으로 대처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명의이전에는 동의가 필요없다!

평택시 서정동의 오 모(남.37세)씨는 최근 SK텔레콤(대표 정만원)으로부터 연체료 독촉을 받았다. 지금껏 통신료를 연체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요금이 청구된 휴대폰번호는 자신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기억을 더듬던 오 씨는 지난 2002년 자신의 명의로 지인의 휴대폰을 개통해줬던 사실이 떠올랐다.

SK텔레콤에 문의한 오 씨는 지인이 지난 2008년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를 양도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더구나 명의를 양도받은 사람이 휴대폰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한 사실도 알게 됐다.

오 씨는 통상 명의를 이전하거나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할 때 가입자의 신분증과 서명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과정도 없이 자신의 명의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오 씨는 “가입자 동의 없이 명의를 이전해준 대리점이나 서류상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허용해준 통신사의 부실한 일처리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일로 인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기기변경을 하려면 가입자본인의 신분증이 필요하지만 고객의 경우 대리인의 신분증만으로 변경한 이력이 남아있다. 그 때문에 필요한 서류가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기변경이 이뤄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객이 말한 휴대폰 실사용자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가입자의 신분증 없이 어떠한 경위로 기기변경이 이뤄졌는지 내부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며 우선 고객에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SK텔레콤, KT, LGU+ 등 대기업 통신업체들이 개입된 명의도용 피해가 잇달아 제보되고 있다.

명의도용 피해가 발생해도 소비자들은 수개월씩 연체된 미납요금 통지서를 받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을 인지하기조차 어려워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소비자들은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보다 본인확인 절차 없이 손쉽게 가입을 승인시켜준 업체들의 안일함이 문제”라며 부실한 관리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했다.

통상 명의도용의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후 명의도용사실이 입증되면 구제받을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본인 동의 없이 제 3자에 의해 서비스에 가입된 후 요금이 부가될 경우, 명의도용 여부를 떠나 업체와 명의를 도용한 3자를 상대로 민사상 소송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