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생선을 선량하게 관리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인] #[가상현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합병했다고 10일 선언했다. 다국적 기업 월마트가 양사를 사들인뒤 합병키로 한 것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점포의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제품의 구성과 가격, 운영방식은 동일해진 셈이다.
이로써 한국 대형마트 시장에서 월마트의 시장점유률은 80%에 달하게 됐다.
이제 모든 제조업체의 생사는 월마트의 손에 달렸다. (월마트에)붙으면 살고 떨어지면 죽는다.
오픈 프라이스가 돼서 가격은 월마트가 책정한다. 수수료를 적게 내거나 1+1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떨어진다.
괜찮은 제품을 개발해서 홈플러스에 공급하면 역시 또 떨어진다.
소비자도 ‘개털’이 됐다. 생선의 물이 갔다고 클레임을 걸어도, 속이 시커멓게 썩은 과일을 팔았다고 민원을 내도 마이동풍이다. 심하게 화를 내면 기껏 제조업체 전화번호 알려주고 직접 전화해 보라고 한다.
잡은 고기에 공들이는 어리석은 장사꾼은 없으니까.
장사를 가장 손쉽게 하는 방법은 독점이란 가두리 양식장을 만드는 것이다.
가상 현실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국내 1위와 2위의 오픈마켓인 이베이G마켓과 이베이옥션이 오는 11월 1일 합병한다.
국내 1.2위의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합병하는 격이다. 두 회사가 합치면 국내 인터넷 오픈 마켓 시장의 87%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 천하가 되는 셈이다.
거래 규모만 10조~11조원에 달한다.
가상현실은 또 다시 실제가 된다.
G마켓은 최근 뒤를 바짝바짝 쫒아오는 경쟁업체 11번가의 싹을 자르기 위해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는 10여개 중소기업 상품을 메인 홈페이지에서 빼버리겠다는 엄포의 칼을 휘둘렀다. 결국 견디가 못한 중소기업들은 항복했다.
공정위 직원들이 이를 조사하러 나가자 G마켓은 문을 걸어 잠그고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는등 공무집행까지 방해했다.
마침 8월 10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톱기사가 눈에 새롭다. ‘독과점 오픈마켓, 수수료만 꿀꺽~ 꿀꺽’이다.
G마켓과 옥션의 소비자 클레임은 헤아리기도 힘들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만 연간 수백건의 클레임이 제기되고 있다.
해결률도 신통치 않다. 옥션 43% G마켓 48% 수준이다. 3자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피해 해결률이 평균 6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인터넷쇼핑몰인 GS샵이 73.8%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도 비교가 된다.
공룡의 탄생은 작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허용한데서 기인한다.
공정위는 당시 3년간 판매수수료율 인상 금지 등 중소 거래업체 보호대책을 수립하라는 조건을 붙여 인수를 허용했다.
공룡의 폐해는 너무 적나라하고 구체적인데 비해 공정위의 조건은 공무원 복무규정처럼 너무 추상적이고 선량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라고 주문한 격이다.
공정위가 이제 할 일은 맡긴 생선이 몰래 먹히거나 상하지 않고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눈 부릅뜨고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