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정장 "원단 없어서 A/S 안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정기수 기자]백화점에서 고가의 정장을 구입한 소비자가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찢어진 바지를 A/S 받지 못해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정 모(남.59세)씨는 3년 전 롯데백화점 잠실점 폴스튜어트 매장에서 100만원을 주고 하복 정장을 구입했다.
정 씨에 따르면 처음 정장을 구입했을 때도 하의 주머니와 후크 부분의 마모가 심하고 부분적으로 올이 튄 흔적이 보여 3회에 걸쳐 수선 및 교환을 한 뒤에 결국 돈을 더 지불하고 현재의 제품을 구입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정 씨가 외출을 위해 승용차에 오르던 중 바지 엉덩이 부분의 박음질 라인이 심하게 찢겨 나갔다.
매장 담당자에게 연락해 A/S를 의뢰했지만 “원단이 없어 A/S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화가 난 정 씨가 “구입 후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서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A/S가 안 된다고 하면 끝이냐? 원단이나 재봉 상태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교환을 요구했고, 담당자는 “제품에 하자가 있는 지 소비자원에 심의를 맡긴 후,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2주가 지난 후 소비자원으로부터 ‘사용자의 물리적인 작용에 의해 옷감에 손상이 있다’는 심의결과가 나왔다.
정 씨는 “옷을 조심스럽게 입는 편이라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정장을 입는 편이고, 소유하고 있는 정장이 많아 이번 제품은 구입후 4~5회 정도밖에 착용하지 않았다. 엉덩이 부분이 찢어진 하의가 이제 와서 A/S도, 교환도 안 된다면 멀쩡한 상의는 버리란 말이냐?”며 “명품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폴스튜어트 측에서 무책임한 A/S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폴스튜어트 관계자는 “매장 담당자는 본사에 확인 결과 원단이 없어 A/S가 불가능하다고 정 씨에게 안내한 것”이라며 “해당 제품은 2006년에 생산된 제품이라 원단 소진이 된 것으로 회사에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품의 원단은 사실상 당해 시즌이 지나면 6개월 정도 후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씨가 제품 하자를 들어 교환을 요청해 소비자원에 심의를 맡긴 것이고, 소비자 과실로 결과가 나와 교환이 힘들다”며 “사내 규정상 신사정장 제품 기준으로 사용연한이 4년이기 때문에 제품의 불량으로 밝혀졌다면 구입 후 1년 이내에는 구입금액 전액을, 1년 이후라면 사용기간을 감가상각한 후 배상한다. 하지만 정 씨의 경우 다른 중재기관에 요청해 재심의를 받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류의 경우 가전제품의 ‘부품보유기간’처럼 ‘원단보유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중재기관의 심의를 거쳐 의류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소비자 과실로 판정될 경우에는 제조업체에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A/S를 해주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녹색소비자연대 강태욱 간사는 “제조업체들이 원단을 보유하는 것이 의류 사업자에게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일 것”이라며 “AS규정 개정안에도 ‘원단 보유기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아 이로 인한 분쟁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