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귀신이냐?밤마다'엉~윙'울게"
소음피해 사례 급증..'하자' 판정 기준 없어 소비자만 골탕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안광석 기자]잠을 못 이룰 정도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나는데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이상없으니 그냥 쓰라는 게 말이 되나요?"
냉장고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소음이 발생해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업체는 관련 기준이 없다며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소음 관련 사항이 빠져 있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에서도 일정 데시벨(DB) 이상의 소음을 하자제품으로 분류하는 문구만 있을 뿐 이에 따른 명확한 보상규정은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제품 환불 및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소비자들이 소음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냉장고가 밤마다 끼익~찌익~ "무서워!"
전북 남원에 거주하는 최 모(남.43세) 씨는 지난해 삼성 지펠냉장고를 1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밤만 되면 냉장고에서 '끼익~찌익~'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최 씨는 당장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항의해 수리를 받았으나 괴이한 소리는 계속 들려 왔다.
당시 삼성 측 A/S 기사는 센서가 고장나 팬(fan)에 성에가 끼면서 괴이한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반년에 걸쳐 3번의 수리를 받았으나 귀신우는 듯한 소리는 멈추지 않았으며 최 씨의 가족은 매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견디다 못한 최 씨는 환불과 함께 그 동안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품질보증기간이 지났으니 감가상각비용 22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만 환급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 씨는 "그동안 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국내 최대 가전업체라는 곳이 센서니 팬을 몇 번을 교체하고도 수리를 못했으면서 규정만 따지는 태도가 화가 났다"고 성토했다.
결국 최 씨는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을 걸 여유도 없어 약 38만 원 정도를 더 주면 상위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삼성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상태다.
<정 씨의 삼성 지펠냉장고 내부. 냉장실에 성에가 껴 소음이 났다고 한다>
◆집구조에 따라 소음이 다르다고?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33세) 씨도 지난 4월 200만 원 가까이 주고 구입한 LG 디오스냉장고 최신형 매직도어 제품 'R-T759MBHGP'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구입 하루 만에 '쿵쾅 둥둥'하는 소음이 닫힌 방문과 TV의 시끄러운 소리도 뚫고 계속 들리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
앞서 김 씨는 2년 전 같은 디오스냉장고 구형제품 '리니어 컴프레서'를 썼으나 당시에는 냉장고가 있는 것도 못 느낄 정도로 조용했다고.
김 씨는 당장 LG 고객서비스센터에 "'더 조용해졌다'는 광고문구를 믿고 제품을 구입했는데 냉동창고 보다 더한 소음이 나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항의했다.
방문한 A/S기사도 방문을 닫은 상태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점을 인정했다. 냉각기 2개가 상충하다 보니 다른 제품보다 소리가 다소 크게 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LG전자 측은 소음도를 측정하고 난 후 "집구조에 의해 냉장고에서 다소의 소리는 들릴 수 있고 소음이라는 게 듣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했다고 한다.
이를 납득하지 못한 김 씨는 거듭 항의를 했고 결국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가 접수되고 난 후에야 환불조치가 이뤄졌다.
◆"소음은 하자 아닌가?"..기준치 없어
즉 소비자 과실이 아니라는 범위에서 이 기간 안에 하자가 판명되거나 3회 이상의 동일하자가 지속될 경우 전액환불 및 교환조치, 무상수리가 가능하다.
단 품질보증기간을 넘기면 유상수리나 수리가 불가할 경우 최 씨 사례처럼 감가상각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을 환불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소음에 대한 객관적 기준치가 없을 뿐더러 하자여부 판단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내 관련법에는 관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물품을 판매한 해당업체나 전문업체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마련된 AS횟수는 의뢰횟수가 아닌 정식으로 하자 진단이 내려진 경우만 해당하는데 소음의 경우 명확한 규격기준이 없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는 자체적으로 일정 데시벨(DB)을 넘기면 소음하자제품으로 분류된다는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냉장고 소음은 자리이동이나 장기간 한자리에서의 사용으로 인해 수평이 맞지 않거나 냉매가스 순환 과정 중 나타나는 떨림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고장이라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