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카드사 '수수료' 싸움에 소비자만 '불똥'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보험료 카드결제 수수료를 놓고 보험사와 카드사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튀게 생겼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결제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카드결제율이 높은 손해보험사들 역시 이에 동참할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3% 안팎의 수수료가 너무 과다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카드업계는 적정수준이라며 수수료 인하를 거부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험사 "카드결제 안 하고 말지"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고객들에게 8월말까지만 보험료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카드가맹점 계약종료에 따른 보험료 카드납입중지 안내문'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카드사 측과 수수료 인하 등의 협상이 안 될 경우 카드결제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보험사들이 개별카드사 측과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카드 측과 지난 7월 계약이 만료돼 보험료 카드결제가 중지된 가운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도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하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상내용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교보생명 역시 카드결제와 관련해 카드사들과 난항을 겪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협상불발로 인해 카드결제가 중지될 경우 고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어 미리 안내문을 보낸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최대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수수료 현실화 부분과 카드납 결제대상을 보장성으로 제한하는 부분과 관련해 카드사 측과 협의하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다”며 “8월말까지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협의가 안 되면 카드결제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상품 중 카드결제 상품은 0.3~0.4%에 불과하고, 카드결제율 역시 월 3%에 그쳐 카드결제 부분이 실제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현행 3% 카드수수료가 지속되고 향후 카드결제가 늘어날 경우 결국 보험료 인상요인이 돼 전체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결제률이 높은 손해보험사들 역시 수수료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60% 이상의 카드결제 되고 있는데 전체 11조원 가운데 6~7조원으로 연간 수수료로 2천억원이 나가고 있다"며 "자동차 보험은 의무보험인데 수수료를 3%나 적용한다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손보사 측은 "수수료가 높은 배경에 대해 원가공개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수료율을 국세나 지방세 수준인 1%대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소비자 선택권 침해다"
보험사들이 카드결제 거부라는 초강수 통첩을 보낸데 대해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선택권 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 빅3의 카드 결제률은 다른 생보사(22개사) 대비 약 4%대 수준으로 매우 낮다"며 "수수료 3%는 원가를 감안해 보험사 측과 협의 하에 책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원가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대손비용, 기타 발송비용 등 이 모든 부분을 일괄적으로 수치화해 원가로 책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사실, 보험사들이 '카드결제' 거부가 가능해 진 것은 지난 6월 실시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과 관련해 금융위에서 보험사들이 일부 보험 상품에 대해 카드 결제 대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게 발단이 됐다. 현행 법상, 각 보험사는 개별카드사와 협의에 따라 카드결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카드업계는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카드결제'를 선택할 문제이지 보험사 측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수수료는 획일적으로 3%로 고정된 게 아니라 각 사별로 협상안에 따라 다 다르다"며 "고객의 편의를 고려해 꾸준히 의견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놓고 각각 '보험료 인상요인'과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고래싸움으로 정작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는 한동한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