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대리모로 손자 낳은 할머니

2007-01-28     연합뉴스
호주에서는 아기를 낳지 못하는 딸을 위해 손자를 낳아준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빅토리아 주에 사는 앙투아네트(54)로 대리모가 돼 딸 린(36)을 대신해 손자를 낳은 것이다.

호주 일간 헤럴드 선은 앙투아네트가 린의 난자와 사위인 폴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가진 뒤 지난해 3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그토록 고대해온 손자를 낳았다고 28일 전했다.

앙투아네트는 지난 8년 동안 아기를 가지려고 했으나 실패를 거듭해온 딸을 위해 자신이 직접 대리모가 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것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아주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앙투아네트는 "내가 낳은 손자 카이는 나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아들을 넘겨받은 린은 "어머니가 그 동안 나에게 많은 것을 주셨는데 아들까지 낳아주시니 이보다 더 큰 사랑의 선물이 어디 있겠느냐"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앙투아네트와 린은 자신들의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괜찮지만 성만은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빅토리아 주의 대리모 법이 바뀌어 린과 남편 폴이 카이의 법적인 부모로 인정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빅토리아 주에서는 대리모가 인정되지 않아 법적인 부모는 앙투아네트와 그 남편이자 린의 아버지인 데이비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린은 "생물학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카이는 우리 아들"이라면서 "법적으로 우리가 부모가 아니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은 "카이가 학교에 들어가거나 여권을 신청할 때는 우리가 그의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행법의 모순을 비판했다.

카이의 출생증명서를 변경하려면 린과 폴이 카이에 대한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대리모를 통해서 태어난 아이는 입양하는 것도 호주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린은 10대 때부터 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어머니 앙투아네트는 린이 걱정할 때마다 자기가 도와주겠다는 말로 위안을 하곤 했었다.

린은 선천적으로 신장이 하나 밖에 없었으며 그것도 17세 때는 이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계속되던 신장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 린을 괴롭혀 이식을 받은 신장도 잘못되고 말았다.

결국 어머니 앙투아네트는 사랑하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 자신의 신장 하나를 딸에게 떼어주기로 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은 린은 남자친구인 폴과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본인들은 물론 가족들 모두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경사였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아기를 가지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은행에서 일하는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앙투아네트는 옛날 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로 하고 자신의 마음을 살며시 딸에게 내보였다.

나이 52세에 딸을 위해 대리모가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신장 기증에 이어 또 한 번의 희생이었지만 딸과 사위가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자 앙투아네트의 마음은 더 없이 기쁘기만 했다.

처음으로 시도한 인공수정은 성공으로 나타났고, 태아는 곧 사랑으로 가득 찬 앙투아네트의 몸속으로 정성스럽게 이식됐다.

앙투아네트는 50대 임산부였지만 할머니답지 않게 카이가 태어나기 3주전까지 직장에 나가 일할 만큼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했다.

앙투아네트는 "딸과 손자를 모두 사랑 한다"면서 "그러나 카이는 내가 낳은 손자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더 애착이 간다"며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