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인천 주경기장 포기는 '송영길 길들이기'?

민주당 "야당 겨냥한 공격"..한나라당 "정치공세일뿐"

2010-08-20     송정훈, 안광석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송정훈 안광석 기자]포스코건설이 '야당 지자체장 길들이' 논란에 휘말렸다.

포스코건설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사업을 포기한데 대해 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시장을 표적 삼아 지방자치단체장을 길들이려는 정부의 음모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야당 측에서는 포스코건설의 모회사인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에 대해서 '영포회' 유착의혹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상태다.

사건의 발단은 인천시의 핵심 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인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 신축사업을 맡기로 했던 포스코건설이 입장을 바꿔 사업참여를 포기한 데서 비롯됐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사업자 포기

포스코건설은 지난 17일 마감된 ‘주경기장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변경 공모에 불참했고, 다른 사업자가 하나도 나서지 않아 주경기장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를 맞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경기장 공사를 맡기로 비공식 합의를 했으나 시장이 야당 소속으로 바뀌고 2개월여 만에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 서구 연희동에 총사업비 5604억원을 들여 7만석 규모로 건립이 추진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시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세우거나 건립 자체가 무산될 처지에 놓여졌다.

당초 1200억 원 규모의 민간기업 투자를 유도해 준공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어서 포스코건설이 포기함에 따라 사업추진 예산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여기에 행정절차를 밟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리는 민자사업의 특성도 경기장 신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사업 수익에 대한 타당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변경공모에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포스코건설의 경기장 사업 포기는 표면적으로는 사업성의 불확실성과 송 시장 취임후 인천시가 민자사업 방식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 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횡포는 무력시위"..정 회장, 정부 유착설 재부상

그러나 민주당 인천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여권과 가까운 포스코건설이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에게 사업추진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포스코는 물론 포스코건설까지 과거 공기업의 틀을 깨지 못하고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은 지난해 정준양 회장 선임 당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인사라며 반감을 드러냈고, 최근에는 이른바 '영포회' 논란에 정 회장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3일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공개적으로 "포스코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박영준 총리실 사무차장의 인사개입 도표가 완전하게 작성돼 있다"며 "청와대가 월권으로 민간기업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강도 높은 비난을 한 바 있다. 

현 정권의 실세들과 유착관계를 갖고 있는 정 회장이 고의로 야당 출신 시장을 발목을 잡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갑)은 “포스코건설은 그간 안상수 시장 등과 매우 가까운 유착관계에 있지 않았느냐”며 “야당 지자체장을 길들이려는 일종의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번 경기장 건설사업 포기에 수익성 전망과 달리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나아가 민주당은 포스코건설 사업 포기를 계기로 중앙정부를 압박, 예산 지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대여투쟁에 나설 태세다.

신 의원은 “6.2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고의적으로 야당 시도지사에 대해 국비 지원 등을 소홀히 하고 있는 행태가 있다”며 “만일 국회 예산심사 등을 통해 이런 차별이 존재한다면 당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도 “주경기장 신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수”라며 “부산아시안게임에 비해 인천아시안게임 준비 지원을 소홀히 하는 정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대국민 선전용 정치공세"

반면 한나라당은 인천의 향토기업으로 성장할 포스코건설에 대해 민주당이 악의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학재 의원(인천 서.강화갑)은 “포스코건설이 본사를 이전하면 향토기업이 돼 인천에서 많은 사업을 벌여야 하는 데 경기장에 대해 인천시장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지난해 이미 합의한 민자사업방식에 대해 먼저 재검토와 파기를 요구한 것은 포스코가 아니라 송영길 시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포스코건설의 민자사업 참여를 막고 주경기장 신축문제를 정부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라며 “만일 국비지원을 못받게 될 경우, 인천시는 야당 지자체장을 탄압해서 결국 경기장을 못지었다고 대국민 선전을 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송 시장을 애먹이려는 정준양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 많은 정치적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우리가 그런 배경에 대해 알 수는 없다. 다만 포스코 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마당에 민자사업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기장 신축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비지원이나 시 재정사업 방식 등 많은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포스코건설은 이번 논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업이라는 게 시시각각 변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정치적 논란은 민감한 문제라 지켜볼 뿐 딱히 다른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업 중단으로 인해 인천 향토기업으로 뿌리를 내리려던 포스코건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또 포스코건설 서울 사옥을 송도로 옮기면서까지 이 지역 투자에 올인할 것을 천명했던 정준양 회장 또한 인천시의 핵심 개발 사업이 좌초된 데 따른 책임소재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종시문제 못지 않은 논란거리를 정치권에 제공한데다 인천 주민들의 항의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어 포스코와 정 회장에게는 앞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