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징계 폭탄'..강정원 전 행장 어떻게 할까?

2010-08-20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국민은행이 사상 초유의 무더기 징계 폭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은행 전․현직 임직원 88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최근 새롭게 출범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투톱 체제를 필두로 '1등 은행' 도약을 준비 하던 국민은행은 적지 않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징계가 향후 금융업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금융권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금감원, 국민은행 임직원 88명 대규모 징계

금감원은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토대로 전.현직 임직원 88명을 징계하고 국민은행에 대해 기관경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강 전 행장과 전.현직 부행장 등 9명은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받았고 나머지 79명은 견책 또는 주의 등 경징계를 받았다. 한 은행의 임직원들이 금감원으로부터 대거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2008년 유동성 등 각종 문제점을 무시하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천392억원에 사들여 4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징계 배경을 밝혔다.

특히, 종합검사의 중요 대상이었던 강 전 행장이 BCC 지분 매입 과정에서 4천억원,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과정에서 1천300억원 등 모두 5천30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의 손실 규모가 3%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해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은행 자기자본의 10% 이상 손실을 발생시키면 업무집행정지, 3% 이상이면 문책경고 등의 내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 전 행장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은 더불어 국민은행이 부적절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3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9개 업체에 대한 여신 부당 취급으로 1천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선사와 선물환 초과 계약으로 1천200억원, 무리한 신용파생상품 투자로 500억원의 손실을 보고 골프대회 후원 과정에서 소홀한 경비 심사로 10억원이상을 과다 지출한 사실을 지적했다.

사상 초유 중징계..심의위에서도 격론

금감원의 이번 징계 결정으로 국민은행과 강 전 행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대부분 밝혀졌지만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14일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42명의 검사역을 투입하며 고강도 종합검사를 벌였다.

종합검사의 주요 대상은 2008년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인수와 지난해 5월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대, 영화제작 15억 투자 손실 등과 관련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적절성과 법규 위반 등이었다.

하지만 종합검사 시기가 강 전 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직을 사퇴한 후라는 점과 수사의 방향이 강 전 행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적수사 등 관치논란을 받아왔다.

지방선거 등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 지연됐고 '영포회' 등 정권실세의 민간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KB금융 회장 인선 개입 논란' 등 외압설까지 제기돼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국민은행 제제를 놓고 마지막까지 심의위원간 격론을 벌였지만 피해규모가 크고 강 전 행장의 경영부실 책임을 고려해 이번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과 형평문제도 제기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내린 강 전 행장의 징계 수위를 놓고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약 1조2천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입힌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황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려 황 전 회장과 법정 분쟁을 벌였다.

금감원은 황 전 회장과의 형평선 문제에 대해 "황 전 회장의 경우 우리금융 자본금의 10%가 넘은 반면 강 전 행장은 5천억~6천억원 규모의 손실로 이는 자본금의 4%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제제심의위원회 황동화 팀장은 "종합검사 결과에서 강 전 행장과 국민은행의 부실경영 혐의가 드러나 징계가 결정됐다"며 "내부적으로 징계 내용을 결제 받아 조만간 해당 금융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측은 "수검기관으로서 아직 검사보고서를 받지 못했다. 향후 보고서를 받으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징계 결정이 알려지면서 강 전 행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 전 행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고,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 지 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금감원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판매와 관련해 우리․하나․한국씨티․SC제일․외환․산업․대구․부산은행 등 9개 은행 임직원 72명을 징계했다. 이 중 4명은 감봉 등 중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