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70세에 ‘인생 이모작’ 시동
R&D 투자에 연간 1천억 ..글로벌 제약사 도약 기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해외 수출 1000억원 달성하겠다”
리베이트 파동 등으로 제약업계의 영업환경이 크게 위축된 요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R&D 투자 확대라는 정공법으로 위기탈출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미약품을 창업해 국내 굴지의 제약사로 키워온 임 회장은 만 70세의 나이에 '신약개발'이라는 제약업계의 오랜 꿈에 도전장을 던졌다.
외국 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바탕으로 한 제너릭 의약품으로 회사를 일궈냈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인 신약을 개발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임 회장은 올해를 해외수출 1천억원 돌파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오는 2015년에는 해외매출 10억달러, 2020년에는 30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게 그의 비전이다.
■ 상반기 R&D투자 451억..업계 1위 등극
임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적인 R&D 투자로 한미약품을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연구개발 기업으로 부상시켰다.
그는 대다수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었던 IMF 당시에도 오히려 기술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밑거름으로 인력확충과 R&D투자를 전년보다 강화할 것을 주문하며 공격경영을 펼쳤다.
임 회장이 ‘R&D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내세우던 글로벌 제약사로의 강력한 체질개선 의지가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것.
지난해에도 한미약품의 R&D투자액은 매출대비 10.1%인 567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이중 65%를 신약에, 30%는 개량신약에, 5%는 제네릭 개발에 각각 투입했고, 이러한 연구개발투자와 개량신약 연구를 통해 쌓은 기술력은 본격화된 신약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해 초 임 회장은 "내수시장으로부터의 안정적 수익을 R&D로 연결하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선순환적 흐름’을 구축하자"고 강조했었다.
임 회장의 주도 하에 한미약품은 올해 초부터 회사 로고에 ‘Global·R&D 선두’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등 해외진출과 연구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한층 더 집중해 왔다.
그 결과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R&D 투자금액은 451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6억원보다 19.9% 증가한 것으로 매출액 대비 15%에 해당한다.
국외 임상 진행 상황과 하반기 매출 실적에 따라선 연간 R&D 투자금액이 1천억 원을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R&D 투자 1천억 원'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매출 1조 원, R&D 비중 10%가 현실화 돼야 비로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바로 그 첫 단추를 꿰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연초 사업설명회에서 더 이상 성장에 연연하지 않고 매출액 15%를 R&D 투자에 집중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에 매출액(-1.99%) 영업이익(-80.56%) 순이익(-66.96%)를 등에서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연구개발비를 줄이지는 않았다.
임 회장이 단기간의 영업실적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장기적인 R&D 투자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의 입장에서 R&D투자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한미약품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금액으로도 1위를 기록해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아모잘탄정’ 기술력 인정받아..국내 신약시장 판도 바꾸나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우수한 다국적제약사의 약을 국내사가 판매대행 형식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임성기 회장은 R&D 투자확대를 통해 쌓아 온 한미약품의 기술력으로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1일 고혈압치료 복합 개량신약인 ‘아모잘탄정’을 출시한 한미약품은 국내제약사 최초로 다국적제약사인 머크 사와 아모잘탄을 ‘코자엑스큐’란 브랜드로 국내에서 공동 판매키로 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지역 6개국에서 10년간 판매키로 하는 수출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계약은 다국적제약사들이 한미약품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R&D 비용을 투입한 한미약품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현지 허가등록 절차를 거쳐 아·태지역 6개국에서 2011년부터 아모잘탄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0년간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모잘탄의 복합제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향후 5년 내 1천억원의 매출이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의 평가에 안주하지 않고, 임 회장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신약개발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제로 전환하는 기술인 오라스커버리(ORASCOVERY)와 바이오 의약품의 짧은 약효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랩스커버리(LAPSCOVERY)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다.
경구용항암제 ‘오락솔’과 ‘오라데칸’이 각각 임상 2상과 1상에 진입해 있으며 항암보조제(LAPS-GCSF), 빈혈(LAPS-EPO), 왜소증(LAPS-hGH)에 대한 임상 1상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 중 항암보조제는 전임상 단계에서 이미 일본 제약기업에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정’의 수출국가를 확대하고 있으며,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의 미국 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치료제의 경우 유럽 임상2상 시험이 마무리됐다.
해외수출 1천억원 돌파라는 임 회장의 포부가 이뤄질 날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단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