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어차피 죽으실 분이 뭘 그리 놀라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검은색 복장의 사람들은 무섭기 보다는 우습다. 특히 얼굴에 짙은 분장을 한 두명의 여자는 저승사자의 느낌이 강하지만 공포감 보다는 코믹하다. 친근하기 까지 하다. 예전에 드라큘라들이 대거로 나오는 ‘안녕, 프란체스카’란 시트콤과 묘하게 분위기가 겹친다. 죽을 ‘死(사)’자가 새겨진 커다란 문서(?)를 들고 있는 남자들은 영업맨 같기도 하다. 설마 자살과 관련된 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일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해본다. 스스로 명품 코미디를 표방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소재가 자살이다. 포스터 안을 드리운 검은색처럼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다. 세상을 비꼬는 해학과 풍자가 관객들을 설득하는데 더 힘이 있듯 소재는 무거운 자살이지만 분위기는 유쾌하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꽤 높다. OECD 국가 중 2위의 자살률을 자랑(?)하는 자살국가에서 자살이란 단어는 단연 뜨거운 감자다. 스트레스와 막역한 사이인 현대인들은 한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약한 감성과, 뚜렷하지 않은 가치관으로 혼란을 겪는 우리 세대에게 극단의 선택은 늘 가까이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며,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처럼 용기를 가지고 꿋꿋하게 살아 갈수는 없을까?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해답을 줄 것이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제목부터가 죽여준다. 큰 웃음 속에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이 연극은 독특한 소재로 시선을 잡아끈다. 신선하고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확실한 죽음을 맞게 해주는 자살 사이트가 있다. 겉모습은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지만 결국 죽음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자살사이트 회장 안락사, 그를 찾아오는 마돈나와 바보 레옹. 이들을 통해 연극은 죽음을 상품화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죽음마저도 눈감아 버리는 현실을 다룬다. 포스터에도 쓰여 있듯 ‘내가 너무 웃겨 너에게 권하는 명품 코미디’로 무거운 주제를 해학과 풍자로 그려냈다.
지금 죽고 싶다면 자살사이트의 안락사를 만나러 삼형제극장으로 가면 된다. 그를 만나면 자살하고 싶던 생각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자살’이란 단어 속에 삶의 희망이 있다. 거꾸로 하면 ‘살자’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