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면이 성숙한 배우가 되고파, 배우 한상욱

11차 공연을 앞둔 연극 ‘그남자 그여자’의 새로운 얼굴

2010-08-27     뉴스관리자

극 중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있다면 단연 멀티맨일 것이다. 매 순간 다른 매력을 내뿜는 멀티맨, 그 일상의 모습은 어떨까? 멀티맨 배우 한상욱이 무대에서 내려와 수줍게 인사를 건넨다. 무대 위와는 사뭇 다른 진지하고 차분한 음성을 지녔다.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씹어 내뱉는 그는 때 묻지 않은 순백의 하얀 눈과 같았다. 8월 31일 공연을 앞둔 연극 ‘그남자 그여자’ 팀은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 속에서 아부쟁이 부장님으로, 얄미운 친구 설자, 욕쟁이 할머니, 영민의 친구 등 12역을 맡은 배우 한상욱은 극을 전반적인 호흡을 이끌어 가며 웃음을 주고 있었다.

 

무대 위의 모습과는 달리 조근조근 한 말투의 배우 한상욱은 이제껏 해보지 않은 배역이 욕심나 멀티맨을 맡게 됐다고. “멀티맨은 1인 12역을 연기해야 해요. 배우와의 호흡이라든지, 짧은 시간에 다른 배역으로 변신해야 하는 점 등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역이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영훈, 영민도 매력 있는 캐릭터지만 극 중 감초의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멀티맨은 사랑 타령으로 칠갑한 연극에서 웃음포인트를 제공하며 극의 완곡을 조절한다.

 

- 지금이 차곡히 쌓여 깊이를 이룬다


거의 매 순간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인 12역은 숨이 차다. 그가 연기하는 12명의 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은 누구일까? “부장님이 가장 정이 가요. 아부하기 좋아하고 자기과시가 심한 캐릭터에요. 그렇지만 또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죠. 전 부장님의 특징을 잘 살려 극에서 웃음포인트를 제공하고 싶어요.” 더욱 완벽한 부장님으로 거듭나고자 안경까지 착용해가며 얄밉지만 정감 가는 한상욱표 부장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면의 또 다른 나를 이끌어내 그 배역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배우 한상욱은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내면이 성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는 서른부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말에 공감해요. 성숙함이 배어 나오는 연기는 더욱 감질나는 것 같아요. 전 타고난 배우가 아니기에 지금 저의 노력이 쌓여 깊이가 느껴지는 연기를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내적으로 많이 성장해야 할 것 같아요.” 타고난 배우가 아닌 노력하는 한상욱은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자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 ‘나’보다는 ‘우리’


한상욱 배우는 연기가 아닌 실재의 자신과 극 중 캐릭터가 하나가 되고자 했다. “누구나 다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나와 친구들이 보는 나는 달라요. 전 제가 가진 내면의 색을 잘 끄집어내 극 중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고 싶어요. 보는 이들이 극 중 캐릭터와 실재의 저를 오해할 정도로 실감 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한 그는 극에서 자신이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배우와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했다. “연기라는 게 혼자서 하는 거라면 집에서 연습할 수 있으니까 노력하면 되지만 관객은 개인을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보는 거잖아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느 누가 튀어버리면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요. 전 애드리브도 좋아하는데 서로 맞춰보지 않은 상태에서 애드리브를 하게 되면 상대배우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검증된 애드리브만 선보이려 자중하고 있어요.”

 

1인 12역의 배우를 연기하며 자기를 녹여낸다는 것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상대배우와도 호흡도 고려해야 할 테고, 자신도 빠른 시간 내 다른 배역으로 몰입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은 배가되는 멀티맨, 화려한 주인공 보다는 약방에 감초가 되고 싶다는 한상욱의 멀티맨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한상욱이 연기하는 멀티맨은 오는 8월 31일부터 윤당아트홀(관장 고학찬)에서 공연되는 연극 ‘그남자 그여자’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글, 사진_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