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소비자원장들 성접대 은폐 의혹
"공정위,왜 이런 수상한 서류에 사인?"..정치권"검찰 수사 주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송정훈 기자] 성접대 로비 의혹에 휩싸인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이 이번에는 전.현직 원장들까지 나서서 사건을 덮으려 했으며 연루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사규정까지 개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의 인사규정 개정을 승인하는등 동조를 했다는 비난이 소비자원 내부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수사당국과 제보자들에 따르면 소비자원 총직원 수의 10%에 해당하는 26명이 한 공익요원의 근무이탈을 눈 감아주는 대가로 수천만원 대의 향응을 제공 받고 그중 일부는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8월26일 본지 단독보도 참조-소비자원 성접대 혐의 수사로 ‘휘청’ http://www.consumernews.co.kr/news/view.html?bid=news&pid=212789)
문제는 사건 발생 당시 재직했던 박명희, 이승신 전 원장이 사건을 조기에 무마하려 했을 뿐 아니라, 현임 김영신 원장은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인사규정을 고쳐가며 성접대와 향응에 연루된 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박명희 원장 당시 구두경고만 하고 조기 무마
수사당국과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내부적으로 이번 로비사건을 접한 시기는 2008년 1월이다. 당시 한국소비자원 인사담당자는 무단결근을 하던 공익근무요원 A씨를 찾아가 구두경고를 했다. 이 담당자는 A씨가 무단결근에 대해 "사업이 바빠서 소비자원에 출근할 수 없다"고 하자 상부에 보고해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마음 대로 해보라"며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 접대 사실을 폭로해버리겠다"고 담당자를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명희 당시 원장에게 이같은 사실이 보고됐고, 박 원장은 조기에 사건을 무마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박 원장이 전임 원장인 이승신 원장과 유착관계에 있어 사건을 덮어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원장과 이 원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동문이며 녹색소비자연대 출신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박 원장이 이 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로비사건을 무마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이 문제를 국정감사 때 또는 그 이전에라도 반드시 공개적으로 짚고 넘어갈 뿐 아니라 책임자와 연루자들의 처벌을 거론하겠다"고 말했다.
그해 병무청에서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의 투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왔을 때도 박 원장의 이 원장 감싸기는 지속됐다는 것.
병무청의 해명요구에 대해 소비자원은 '공익요원 A씨와 담당자간의 문제'이며 A씨의 소집해제(2008년3월28일)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결과를 통보했다.
이승신 전 원장이 재직 당시에 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은폐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설령 모르고 넘어 갔다고 해도 관리 부주의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사건이 드러나 '병역비리'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박명희 전 원장이 과거 사건을 투명하게 파헤쳐 연루자를 징계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무마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 또한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측은 "병무청이 공익근무요원 복무관리실태와 관련해 일일복무상황부 사본 등에 대한 확인 요청을 한 것은 2010년 6월 29일"이라며 "박 전 원장 재임시 병무청으로부터 해명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 26명이 향응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투서 내용이 과장된 것이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제보자가 문제의 A 씨와 관련된 부서에 있는 직원들의 이름을 마구잡이로 올렸다"고 말했다.
김영신 원장, 수사 중에 인사규정 왜 바꿨나?
현임 김영신 원장도 전직 원장에 대한 '전관예우'식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소비자원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일 인사규정을 갑자기 변경했다. 비위행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은 경우 당연퇴직이 되던 규정을 바꿔 인사위원회에서 퇴직 여부를 따로 결정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한 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일 때는 의원면직 처분을 내리지 못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비위 연루자 보호 장치를 더욱 강화했다는 것.
하필이면 수사당국이 성접대 및 향응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인사규정이 개정된 사실을 두고 로비에 연루된 직원들의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 측은 의원면직을 금지한 것은 오히려 비위 연루자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위 연루자가 수사 종결 전에 퇴직해 퇴직금 수령 등의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의원면직을 금지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원은 또 선고유예시 인사위 심의를 거치도록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른 공공기원의 경우 선고유예를 당연퇴직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비자원은 인사위 심의를 걸쳐 퇴직여부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공무원이나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연전히 강화된 징계규정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사규정을 개정한 절차도 정당성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인사규정 개정하려면 정식 이사회를 거쳐 의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은 이사들과 일대일로 접촉해 개정안에 일일이 서명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 원장이 직접 인사규정 개정을 밀어 붙여야 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측은 "지난6일 비상임감사 후보자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개최하면서 비상임 이사에게 규정 개정 내용을 설명하고 해당 이사들로부터 그 자리에서 서명을 받았다"며 "이번 인사규정 개정은 서면 이사회를 통해 의결된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또 "당연퇴직 부분은 유사 공무원이나 관련기관 보다 징계 수위가 높던 규정을 완화한 것"이라며 "다만 공교롭게도 로비문제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징계수위를 낮추는 일이 벌어진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원을 감독할 위치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한철수 소비자정책국장이 별 다른 이의제기나 사유 파악없이 개정안에 서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의 비위사항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할 공정위가 로비 연루자 보호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고 자칫 공정위로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소비자원은 공정위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정관, 인사규정 등을 변경할 때는 우리가 먼저 사전 검토를 마친다"며 "준정부 기관인 소비자원의 규정을 타 기관과 맞추는 차원에서 인사규정 개정작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소비자원의 다른 한 관계자는 "당시 핵심 책임 부서에 있던 사람들이 최근 인사에서 노른자위 요직으로 발령을 받아 직원들 사이에 말이 많다"고 귀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