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왜 신용카드-현금영수증카드 사용 안되나
2007-02-02 백상진 기자
그러나 역무원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결제시스템이 갖춰 있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세청 현금영수증 카드도 안 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주머니 속 동전을 긁어모아 간신히 표 한 장을 구입한 이 씨는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지하철에서 안 된다는 바람에 몹시 당황스러웠다”며 “공기업이 앞서가지는 못해도 뒤떨어져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왜 신용카드 사용은커녕 현금영수증 발급마저 안 될까.
국민 1인당 신용카드 발급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고, 카드 사용금액도 아시아ㆍ태평양지역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에서 대표적인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에서 만큼은 왜 예외일까.
서울 시내 지하철역은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 1~4호선 117곳, 도시철도공사 5~8호선 148곳, 하루 이용객수는 연인원 약 7400만 명에 이른다.
◆왜 안 되나=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로 카드수수료 부담과 시민 불편 가중 등 크게 두 가지를 내세운다.
우선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출 경우 연간 70억~100억 원의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 황춘자 공보실장은 “지하철 요금 자체가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고 있고, 원가 이하로 되어 있다. 원가가 보전되지 않는 현재의 운영체계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 결국 일정 부분은 시민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영업본부 관계자는 “적자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에 신용카드 결제가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또 복잡한 창구에서 승객들이 카드 결제를 할 경우 서명 등에 많은 시간이 걸려 더 혼잡해지고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
황 실장은 “신도림역에서만 하루 40만 명이 이용할 뿐 아니라, 2호선의 경우 혼잡도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며 “업무 해결과 소요 예산, 시민 불편 불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러한 이유로 세계 어느 나라 지하철에도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사용이 대세=서울시와 한국스마트 카드에 따르면 교통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은 2003년 10억4051만 명, 2004년 11억2480만 명, 2005년 11억9164만 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중 현재 선불 교통카드 규모는 전체 교통카드 이용금액의 절반 정도인 2조50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이용객들의 현금영수증 발급도 급증하는 추세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05년 상반기 국내에서 현금으로 물건 등을 구매한 뒤 영수처리된 규모는 1억7298건, 6조7163억 원, 지난해 상반기 3억5390건, 14조7193억 원으로 1년 동안 200%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용객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지하철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 영수증 발급 문제가 시민편의를 위해 이제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YMCA 서영경 팀장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공공성이 강한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버스터미널, 선불식 충전카드 등도 시민편의를 위한 제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