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동.신헌 대약진에 홈쇼핑 '춘추전국' 시대
현대.롯데 점유율 급상승..GS.CJ "앗, 뜨거!"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홈쇼핑업계의 후발 주자인 민형동 현대홈쇼핑 사장(오른쪽 사진)과 신헌 롯데홈쇼핑 사장이 유통업계의 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홈쇼핑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와 롯데는 그동안 홈쇼핑시장에서 GS샵과 CJ오쇼핑에 줄곧 밀렸지만, 올 상반기 시장 점유율에서 격차를 크게 줄이면서 ‘2강 2약’의 판도를 ‘4강 춘추전국’으로 바꾸고 있다.
'2약' 벗어나 대역전 노리는 현대.롯데
실제로 최근 각 업체 및 업계추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업계 1위인 GS샵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33.0%에서 올 상반기에는 26.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CJ오쇼핑의 점유율도 27.1%에서 22.9%로 줄었다.
반면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의 점유율은 각각 19.0%에서 22.5%로, 12.1%에서 20.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엔 1위와 4위의 점유율 차이가 20.9%포인트였지만, 올 상반기엔 6.1%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감소한 것.
현대홈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 2792억원을 올려 GS홈쇼핑(3810억원)과 CJ오쇼핑(3361억원)에 이어 업계 3위다.
하지만 영업이익 면에선 경쟁사 대비 한수 위다. 올 상반기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은 675억원으로 CJ오쇼핑의 602억원, GS홈쇼핑 557억원보다 많았다.
각 업체의 올 상반기 취급액 역시 GS샵의 상반기 취급액이 1조69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8786억원)보다 21.7%, CJ오쇼핑의 취급액은 9330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은 9156억원으로 30.6%나 늘어 업계 2위를 바짝 추격했다. 롯데홈쇼핑의 올 상반기 취급액도 전년 동기보다 41.4% 증가한 8200억원으로 추정돼 연초에 세웠던 1조3000억원의 연간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형동 '차별화', 신헌 '공격경영'으로 승부
현대홈쇼핑의 민형동 사장은 업계에서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인 전망’과 ‘안정성’의 경영전략을 중시하는 CEO로 통한다.
그는 경쟁사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토크쇼, 코미디쇼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적극 가미해 젊은 고객의 시선을 끄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오히려 객단가가 높은 중·장년층을 겨냥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강화에 주력했다.
민 사장은 특히 고객에게서 얻은 의견과 불만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드림 CS시스템’을 운영해 호평을 얻고 있다.
‘드림 CS 시스템’은 대표이사가 직접 고객 의견을 경청하고 고객 불만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제도로, 고객 불만사항을 최고경영자와 전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고객 불만 접수에서부터 처리까지 접수담당자가 실명제를 통해 책임지는 원스톱 서비스다.
현대홈쇼핑은 최근의 기세를 몰아 다음달 10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희망공모가는 8~9만원 수준. 상장주식수 1천2백만주를 곱하면 시가총액은 9천600억원에서 1조8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은 내달 10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후 상장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 상해지역에 진출할 예정이며, 현재 중국 유력 채널사업자와 합작법인을 검토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은 업계 최고의 이익을 내면서 시장 지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의 신헌 사장은 당장의 영업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매출 확대를 이룰 수 있는 외형 성장에 치중하는 경영전략을 펼친다.
그는 지난 2008년 3월 취임과 함께 ‘고객이 기준이다’라는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고 조직 인력 제도를 모두 고객 입장에서 대대적으로 정비해왔다. 신 사장은 ‘품질 지향’ ‘고객 지향’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비자 요구에 맞는 고객 중심 상품 발굴에 힘쓰고 있다. 차별화한 독점 상품 개, 스타 브랜드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신 사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탑 위드 유(TOP with you)’로 정하고 고객평가단 모집, 고객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고객만족 경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롯데홈쇼핑 대표 주방용품브랜드 엘쿡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엘쿡 세라믹 냄비'를 리뉴얼해 선보여 3개월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대박상품 뒤에는 고객평가단의 매서운 지적이 있었다. 첫 출시 후 냄비 손잡이가 쉽게 뜨거워진다는 지적을 받고 실리콘 핸들을 추가 증정해 판매한 것이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
고객과 관련된 주요 위기를 고객불만이 정체되기 전에 주요 관련부서가 신속하게 솔루션을 마련하는 `CS119제도'도 도입해 고객 클레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4월 풀HD 방송센터를 구축한 이후 롯데백화점·마트와 연계한 경품행사, 적립금 지원, 할인전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달 말 중국 홈쇼핑업체 3위 럭키파이(LuckyPai)의 지분 63.2%를 인수하면서 중국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합작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베트남 현지기업들과도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다각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인도·태국 등에 비해서는 중국이 홈쇼핑 인지도 및 소득 수준, 카드사용 등을 감안할 때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